(서울=연합인포맥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다시 악화하고 있다. 예상 밖의 감염 확산과 사망자 수 급증이 드러나면서 국내 확진자가 1천명에 다가서고 있다. 조만간 통제 가능한 안정세로 접어들 것이라는 낙관론은 자취를 감췄다.

주변에 누구나 감염될 수 있고 나도 예외가 아니라는 두려움이 생기고 있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우리의 자신감이 병들고 있다.

동시에 세계 외환시장에서도 이상 조짐이 포착된다. '달러 강세'라는 바이러스에 시달리는 각국 통화의 가치가 급전직하하고 있어서다. 달러 인덱스는 약 3년 만에 100에 가까이 다가서면서 최고치를 보인다. 유로화도 1.07달러로 3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고, 위안화는 올해 초 달러당 6.8396위안에서 소위 '포치'라 불리는 7위안선을 뚫고 올랐다. 원화도 달러당 1,220원을 넘어서면서 약세 국면이 심해지고 있다.

다만 아직 흐름은 자연스럽다고 평가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잘 나가는 미국 경제와 바이러스 직격탄을 맞은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경제는 교역량이 많은 중국 경기 둔화 우려의 악영향을 받는 데다 내부 감염병 확산으로 내수에서도 어려움이 가중된다는 점에서 이중고를 겪는다.

또 전 세계가 자국 통화 약세를 통한 환율 전쟁 전략을 펼치는 마당이라 당연한 현상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망가진 글로벌가치사슬(GVC)의 회복 정도에 달렸지만, 기본적으로 원화 약세는 우리 수출 기업의 안전마진 확보에 도움이 된다.

문제는 앞으로 달러 강세가 더 심해질 경우 새로운 고통이 유발될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신흥국가 등으로 들어온 외국 자본은 해당 국가의 통화가 급격한 약세를 나타내면 보유 자산인 주식과 채권을 팔아 이탈할 유혹을 많이 느낄 수밖에 없다. 이게 현실화할 경우 통화 가치, 주가, 채권값이 모두 떨어지는 '트리플 약세'를 겪게 된다.

지난해 8월 원화 가치가 1달러당 1,223원까지 내렸던 시기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외환시장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언급한 발언이다.

원화가 국제통화가 아닌 우리는 해외와 내부의 변화를 모니터링하면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숙명일 수밖에 없다. 다행인 점은 경제 심리 위축과 성장 감속을 막기 위해 10조원대의 슈퍼 추경이 논의되고, 27일에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까지 열리는 등 빠르게 대책의 윤곽이 잡힐 수 있다는 점이다.

또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하는 데다 작년 말 순대외금융자산이 5천억달러를 사상 처음으로 넘어선 점은 자신감을 가질만한 강점이다.

코로나19와 글로벌 달러 강세 모두 언제쯤 잡힐지 누가 알 수 있을까.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하나 침착하게 대응해 나가는 태도가 중요한 시점이다. (자산운용부장 이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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