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국내 유통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 현지에서 한 달 넘게 휴점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입은 피해 규모를 넘어 최악의 경우 대규모 철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며 긴장하고 있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현재 중국에서 영업 중인 매장 1천800개 가운데 정상 영업이 불가능한 곳이 절반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춘절 휴업 후 문을 열었어도 직원이 출근하지 못하거나, 중국 정부 방침에 따라 임시 휴업을 이어가면서 사실상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전체 매출 90% 이상은 화장품에서 나온다. 이 중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40%로 절대적이다.

중국에 300여개 매장이 있는 LG생활건강도 제한적으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관리 방침에 따라 백화점과 쇼핑몰이 문을 닫으면서 입점 매장들도 모두 임시 휴업 상태다.

LG생건 역시 전체 매출에서 글로벌 매출 비중은 25%이며, 이 가운데 중국 시장이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소비가 전체적으로 위축된 데다, 언제 현지 영업이 정상적으로 가능할지 알 수 없어 매출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우한을 중심으로 일부 매장을 철수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 4천여개 매장을 운영하는 이랜드도 휴점을 이어가고 있다.

이랜드는 최종양 이랜드월드 대표이사 부회장을 중심으로 코로나19 긴급 대응팀을 꾸려 대응 중이다.

특히 우한 내 20여개 브랜드 317개 매장을 중단하는 등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매장이 입점해 있는 중국 내 백화점과 쇼핑몰이 문을 열지 않으면 언제 영업을 재개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다.우한 외 다른 도시 매장들도 쇼핑객이 크게 줄어 매출이 급감했다.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식품업계도 춘절 연휴 이후 18일 만에 가동을 재개했지만, 100% 정상화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중국 정부 지침에 따라 코로나19 확진자 및 의심자 격리 및 인력 이동 제한과 물류 통제로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은 베이징, 랴우청 등 중국 내 공장 7곳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만두, 김치, 냉동·냉장가공식품 등을 생산해 현지에서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비비고만두 판매 호조 등으로 중국 매출이 전년 대비 30% 이상 늘었지만, 코로나19로 공장 가동일이 줄었고, 중국 내 소비가 위축되면서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국보다 중국 매출이 더 많은 오리온은 상황이 심각하다.

오리온은 지난달 중국 법인 영업이익이 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5% 급감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94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6% 감소했다.

춘절이 지난해보다 10일 정도 빨라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출고 물량에 차이가 발생한 영향도 있지만, 코로나19로 출고가 일부 제한되고 대형마트 등이 단축 영업을 시작하면서 적지 않은 피해를 봤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통제로 생산, 물류, 영업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마당에 마땅한 대응책도 없어 고심이 깊다"면서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올해 전략을 전면 재수립하는 등 비상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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