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차가 사정없이 흔들린다. 언제 폐쇄될지 모를 속칭 '조다리`(조지 워싱턴 브리지, 뉴욕과 뉴저지를 잇는 다리)를 건너고 있다. 바람 때문에 핸들을 힘껏 잡아도 차는 요동친다.

`프랑켄스톰`(괴물을 뜻하는 프랑켄슈타인과 폭풍우 '스톰'의 합성어). 대형 허리케인을 지칭할 때 보통 미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단어다.

그런 `프랑켄스톰' 샌디가 29일(미국 동부시간) 밤 미국 뉴저지 북동부와 뉴욕 등에 상륙했다.

상황은 진행 중이다. 남부 뉴저지와 뉴욕 아래 해안 쪽인 롱아일랜드는 이미 아수라장이 됐다. 도로는 물에 잠겼고, 나무가 쓰러지며 곳곳에서 전기가 끊겼다.

뉴저지와 뉴욕을 잇는 다리는 속속 폐쇄되고 있었다. 주저할 시간이 없다.

늦은 오후 뉴저지 사무실에서 뉴욕 맨해튼 월가에 가기로 했다. 비바람은 거셌다. 샌디가 남부 뉴저지를 지나 북쪽으로 올라오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허드슨 강은 예상보다 더 으르렁대고 있었다. 정박해 있는 보트들은 높은 파도에 춤을 추고 있었다. 몇몇 보트는 길을 잃고 떠내려가고 있었다.

차 속 라디오에선 이런 스톰을 본적이 없다며 연방 대비하라고 했다.







(뉴저지에서 뉴욕 맨해튼으로 가는 길, 허드슨 강 옆 고속도로 비상 주차 구역에서. 강물이 발밑까지 왔다. 파도가 가끔 도로 위로 올라왔다. 강한 비바람 때문에 멀리 보이는 뉴저지의 건물들이 뿌옇게 보인다. 조지 워싱턴 브리지는 미국 동부시간으로 이날 저녁 7시 폐쇄됐다.)



맨해튼 시내에서 월가 쪽으로 방향을 잡자마자 보이는 것은 경찰차들의 불빛이었다. 3-4대의 경찰차가 무리 지어 순찰을 하고 있었다.

소리가 사람의 마음을 때린다. 건물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굉음 같은 바람 소리와 귀를 울리는 사이렌 소리가 가끔 뒤엉킨다.

대중 교통수단은 끊겼다. 맨해튼 시내 지하철, 버스는 다니지 않는다. 항공기와 선박은 물론이다. 선착장에는 커다란 군함까지 정박해 있었다.

도로는 한산했다. 물이 차지는 않았다.

차에서 내려 월가로 걸어 들어갔다. 적막했다. 일부 뒷골목에는 못 보던 바리케이드가 등장했다. 경찰견을 끌고 가는 한 경찰에게 물었더니 "안전" 때문이란다.

월가 건물들은 대다수가 낡았다. 강한 비바람에 파손 위험이 생긴 것이다.

'낙석주의'와 비슷한 셈이다.

도이체방크 앞에는 여느 때와 같이 수위들이 정문 앞에서 서성댔다.

하지만, 1층을 제외한 다른 층은 모두 불이 꺼져 있었다.

열심히 찾아간 JP모건 플라자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네온사인은 켜져 있지만,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 많던 양복 입은 사람들은 온데간데없다. 차들은 '주차금지 지역'에 버젓이 주차돼 있다. 인색하기로 소문난 경찰들도 불법 주차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대다수 음식점은 문을 닫았다. 스타벅스도 닫았다. 일부 작은 상점은 문을 열었지만, 몇 시까지만 영업한다고 써 붙였다.

혹시나 해서 "손전등이 있느냐"고 물어봤더니 메아리처럼 답은 "노우"다.

바람 때문에 꺾여버린 우산 속에서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는 관광객들. 그들이 월가를 점령했다. 그리고 관광객 주위에는 무표정한 `NYPD '만이 샌디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금융인들은 다 도망갔다. (미주본부 뉴욕특파원)











(월가 골목 사이로 허드슨 강변이 멀리 보인다. 인적없는 월가는 어두웠다. 한 낮인데도, 마치 저녁 무렵 처럼 네온사인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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