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중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수출 허브'인 한국이 위험에 처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WSJ은 "한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빠르게 퍼지고 있는 것은 글로벌 제조업체들로선 암울한 소식"이라며 "전 세계 공급 사슬에서 자신의 덩치 이상으로 비중이 큰 한국이 중국처럼 공장을 폐쇄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한국이 지난주 말 코로나19 위기 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했다며 삼성전자도 감염증 확진자가 나온 공장을 폐쇄하는 등 한국 기업들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WSJ은 "한국은 중간 크기의 나라지만 무역에선 매머드급"이라며 "한국의 수출은 국내총생산(GDP)의 44%에 달하는데 이는 주요 선진 경제 중 독일 다음 비중"이라고 전했다.

한국이 글로벌 무역에서 더 중요한 점은 수출 품목 중 완성품의 비중은 작지만 전 세계 다른 제조업체가 필요로 하는 중간재의 비중이 압도적이라는 점이다.

금융정보 분석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주요 수출국 중 중간재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독일이 약 55%며 중국은 62%다. 하지만 한국은 수출품 중 90%가 중간 제품이다.

2015년 기준으로 한국은 인구가 5천만명 수준이었으나 중간재 수출 규모는 3천82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프랑스 같은 더 경제 규모가 큰 국가보다 많은 액수다.

WSJ은 "한국은 특히 전자 제품 부문에서 지도적인 위치에 있다"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 중 일부에선 시장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그런 만큼 한국 기업들이 코로나19의 확산을 늦추기 위해 중간재 공장을 폐쇄한다면 다른 지역에서 즉각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주간 중국 제품의 대체품을 찾기 위해 분주했던 글로벌 제조업체들은 이제 한국 제품을 대체하기 위해 또 어려움을 맞게 될 것이라고 신문은 전망했다.

다만 WSJ은 한국 기업들의 공장 폐쇄에도 타격이 크지 않을 수 있는 두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하나는 한국이 수출하는 많은 중간재가 중국으로 향한다는 점이다. 중국 기업은 이를 완성품으로 가공해 서구 구매업체에 수출하는데 이미 중국 공장은 정상 가동이 안 되고 있어 구매자들로선 고통을 더 느낄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다.

다른 하나는 한국이 민주주의 정치와 탄탄한 공중보건당국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문은 "한국 정부는 다른 민주 국가보다 공중보건당국에 더 강력한 힘을 부여하고 있다"며 "언론의 자유가 전염병 확산에 꼭 수반돼야 하는 것은 아니나 한국 언론은 중국보다 훨씬 더 불편한 진실을 알릴 재량권이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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