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임하람 기자 = 국내 금융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원화는 주요 통화 중 유독 약세를 나타냈다.

25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지난 3거래일간 30.90원 급등했다. 매일 10원 안팎의 급등세를 나타냈고, 반년 만에 1,220원 레벨로 치솟았다.

시장 참가자들은 원화의 약세가 두드러지는 가장 큰 이유로 한국에서 두드러지는 코로나19 사태, 한국 경제 충격 우려, 원화의 트리거 통화 가능성 등을 꼽는다.

◇'중국 다음으로 심하다'…韓 자산 전방위 '리스크 오프'

지난 일주일 동안 한국에서의 확진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한국은 중국 다음으로 확진자가 가장 많은 국가가 됐다.

전일 오후 기준 국내 확진자는 833명, 사망자는 8명으로 집계된다. 수일 안에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확진자 폭증으로 한국이 코로나19의 주요 당사국이 된 만큼 한국 자산은 약세 압력을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중국에서는 신규 확진자 증가세가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가 나타나는 반면 한국에서의 확진자는 폭증하면서 국내 자산에 대한 전방위적 리스크 오프(위험 회피) 분위기가 조성됐다.

전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3.87% 폭락하며 2,079.04에 마감했다. 외국인은 7천829억원 규모의 주식을 대거 순매도했다.

한 은행의 외환딜러는 "중국에서는 신규 확진자 수가 줄어들면서 이슈가 소강하고 있는데 오히려 우리나라는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다"며 "국내 증시도 동반 대폭락하면서 우리나라 자산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리스크 오프를 가장 먼저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딜러는 "국내 코로나19 사태는 이제 시작 단계로 보이기 때문에 자금유출도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달러-원 환율의 급등 국면이 쉽게 멈출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 비상…'추경·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원화는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비상이 걸린 한국 경제 상황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극심한 내수 둔화와 수출 부진, 관광업 위축 등으로 일각에서는 국내 1분기 역성장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한국 경제에 비상이 걸리면서 정치권의 추가경정예산(추경) 검토가 이뤄지고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점 또한 원화 약세 압력을 더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비상경제시국' 인식을 선포한 후 특단의 조치를 주문하고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해 모든 정책수단을 총동원할 것을 요구한 가운데 추경 편성이 수순을 밟는 모습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경을 편성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판단, 속도감 있게 검토를 진행하고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27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한은이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외환시장에 증폭하고 있다.

한 시장 참가자는 "한국은 대중국 수출 비중도 높은데 코로나19 사태로 내수가 완전히 망가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며 "1분기 역성장 가능성도 거론되는 만큼 외환시장은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그러면서도 "이 같은 상황에서 금리가 동결될 경우 달러-원 환율은 불안 심리에 오히려 상승할 수 있다"며 "한은이 금리를 인하하는 동시에 추가 인하 가능성을 차단하고 추경 편성이 구체화하면 단기적으로 안도 심리가 퍼지며 달러-원 환율이 하락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가장 먼저 움직이는 원화'…트리거 통화 가능성

달러-원 환율은 코로나19 사태가 금융시장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전인 지난달 21일부터 선제적으로 움직여왔다.

당시 미국 금융시장이 '마틴 루터 킹'의 날로 휴장했고 글로벌 통화 흐름이 매우 조용했지만 달러-원 환율은 장중 약 8원 급등하며 코로나19 우려를 급속히 반영했다.

우리나라와 중국 경제 간의 높은 밀접성, 수출 의존도 등으로 원화는 코로나19 이슈를 가장 먼저 반영하는 통화로 작용했다.

또 수출에 민감한 외환시장의 특성상 원화는 수출 및 경기 둔화 가능성을 강하게 반영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이달 1~20일 일평균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이상 줄었다. 이에 따라 2월 수출 반등 가능성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의 코로나 확산 사태도 악화한 만큼 원화 약세는 기타 통화에 비해서도 두드러지며 통화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한 시장 참가자는 "지난주 아시아 통화의 반응은 오히려 원화를 따라온 것 같다"며 "국내 실물 경기 둔화가 심각해지고 내수가 완전히 망가질 수 있다는 심리에 원화가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셈"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악화하고 있는 만큼 전망도 녹록지 않다.

달러-원 환율의 뚜껑이 열렸고 뚜렷한 고점 저항도 보이지 않는 만큼 1,240원대까지 상단을 열어둬야 한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한 은행의 외환딜러는 "달러-원 환율은 지난해 연고점인 1,223원 부근에서 상승을 이어가고, 상단이 뚫릴 경우 1,240원대까지 상승할 여지를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hr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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