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세계 최대 매출을 내는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전쟁이 시작됐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국가의 관문이라는 상징성과 안정적인 매출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데다, 관세법 개정으로 운영 기간이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나면서 대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면세점업계의 피해가 커지고 있어 무리하게 높은 가격을 써내는 경쟁 과열 양상은 빚어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이날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의 면세사업자를 선정하는 입찰 제안서를 받는다.

입찰에는 롯데와 신라, 신세계는 물론 후발주자인 현대백화점그룹도 제안서를 낼 것으로 보인다.

입찰 금액과 사업계획서를 받아 심사한 뒤 사업권별로 1곳씩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면 관세청이 4월께 최종 사업자를 선정한다.

새로운 사업자는 오는 9월 영업을 시작한다.

이번 입찰 대상 면세사업권은 롯데(DF3 주류·담배)와 신라면세점(DF2 화장품·향수, DF4 주류·담배, DF6 패션·잡화), 신세계(DF7 패션잡화) 등 대기업 운영구역 5곳과 SM면세점(DF9 전품목), 시티플러스(DF10 전품목), 엔타스듀티프리(DF12 주류담배) 등 중소기업 운영구역 3곳 등 총 8곳이다.

대기업 몫인 5개 구역의 연매출은 1조원을 웃돈다.

인천공항에 입점할 경우 유치하기 어려운 유명브랜드 계약이 수월해지고, 구매 물량이 커져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지는 등의 장점이 있다.

물품 공급사를 상대로 한 교섭권도 커질 수 있고, 전 세계에 브랜드 홍보를 할 수 있어 해외 진출 시 교두보가 될 수 있다.

신라면세점은 1터미널에서 운영 중인 3구역이 모두 입찰 대상인 만큼 기존 구역을 유지하는 수성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특히 향수·화장품 판매 구역은 매출이 높아 현대 등 다른 업체의 거센 공세가 예상되는 만큼 1순위로 지켜야 하는 상황이다.

롯데면세점은 2018년 중국 사드 사태 여파로 당시 영업하던 4구역 중 3구역 사업권을 반납하면서 신라와 신세계에 추격을 허용한 만큼 재탈환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최근 두산이 운영하던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권을 추가로 확보하며 공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여파에도 오는 20일 예정대로 동대문 두타몰에 시내면세점 2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인천공항 면세점까지 따내면 단번에 빅3를 위협할 존재로 떠오른다.

지난해에만 740억원의 영업손실을 보는 등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인천공항 면세점을 확보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해외 진출의 교두보로도 삼겠다는 전략이다.

최대 10년을 운영할 기회이다 보니 입찰에 빠질 순 없지만, 코로나19로 업계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처럼 무리하게 금액을 올리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면세점 업체들은 인천공항 면세사업 매출의 40%가량을 임대료로 지급해왔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용객이 크게 줄면서 매출의 80%를 임대료로 내야 할 정도로 부담이 커졌다.

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점 운영은 오는 9월부터 시작이고, 최대 10년까지 면세점을 운영할 수 있어 놓칠 수 없지만, 최근 한 달 간 입은 피해가 커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많다"면서 "입찰금액을 써내는데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제공항들이 잇따라 면세점 임대료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인천공항공사는 면세점 업계 요청에 아직 답을 하지 않고 있어 답답하다"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얼마나 장기화할지 알 수 없어 이번 입찰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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