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을 억제할 기회를 분명히 놓쳤으며 코로나 19는 세계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경고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25일(현지시간) '우리는 아직 팬데믹(세계적 유행병)에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제목의 뉴욕타임스(NYT) 칼럼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흑사병이나 스페인 독감과는 다르지만 심각하지 않은 상황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아직 팬데믹은 아니지만 팬데믹 상태로 향하는 것이 분명한 지금 상황에서 이것이 미칠 경제적 타격을 크게 우려할 만한 이유는 3가지라고 설명했다.

첫번째는 세계 경제가 매우 상호의존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세계 제조업에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지난 2002~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는 중국이 세계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25% 이상이며 전 세계에서 다수의 생산이 중국산 부품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아이폰이나 그런 것들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중국은 알고 보니 현대 의약품에 사용되는 핵심 원자재를 일부 공급하고 있다. 이번 바이러스는 세계 교역에만 충격을 미치지 않고 의학적 대응에도 차질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계 경제가 어떤 종류의 부정적 충격에도 대응할 준비가 매우 취약하다고 꼬집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실업률이 매우 낮지만, 이는 초저금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초저금리 때문에 사태가 악화했을 때 금리를 더 내릴 여지가 매우 적고 코로나바이러스로 사태가 악화할 여지는 크다고 크루그먼 교수는 말했다.

재정 부양책 등을 동원해 수요를 끌어올릴 수 있지만, 서방 국가들은 이런 생각 자체를 꺼린다고 그는 말했다.

미국에서 공화당은 부유층을 위한 세금 감면이 포함되지 않은 정책은 어떤 것도 떠올리지 못하는 데다 유럽에서 독일은 여전히 도덕철학에 사로잡혀 저축이 미덕이며 누구도 지출이 필요하다는 확신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마지막으로 트럼프 정부가 한심하게도 공중보건 위기에 대응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에볼라 때 이에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질병 '차르' 직책을 만들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 직책을 없애버리고 질병통제센터(CDC) 재원도 많이 삭감했다고 그는 꼬집었다.

트럼프 정가 팬데믹을 심각한 국가안보위협이라고 판단하지 못한 때문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현재 미국 지도부가 위험에 대응할 능력이 없음을 보여주는 두가지 사례를 지적했다.

최근 '대통령 자유 훈장'을 받은 미국의 영향력 있는 보수주의자 러시 림보가 코로나바이러스를 보통의 감기와 같은 것이라고 일축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하려는 것이라고 언급한 것과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시장의 패닉 반응을 보고 미국인들에게 주식을 사라고 촉구한 사례를 꼬집었다.

크루그먼 교수는 "아직 바이러스가 어떻게 악화할지 알지 못하지만 매우 두려워할 만한 이유가 상당하다"면서 칼럼을 마무리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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