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다시 울상짓고 있다. 작년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상승장에 코로나19가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침체된 증시 분위기가 언제쯤 되살아날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올지 기약하기 힘든 상황이다. 코로나 사태에도 제 갈 길을 뚜벅뚜벅 가는 해외의 우량주들과 비교하면 우리 증시의 모습은 더욱 초라해진다.

특히 연일 승승장구하는 테슬라의 선전을 보면 부럽다 못해 배가 아플 지경이다. 테슬라 주가는 최근 900달러를 넘기며 약진했다. 코로나19 여파로 26일 현재 799달러로 밀렸지만, 상승세가 쉽게 꺾이진 않을 것 같다.올해 초 425달러 선에서 출발한 테슬라는 2개월 만에 주가가 2배로 뛰었다. 작년 6월 기록한 176달러와 비교하면 5배가 넘는 주가 상승률이다. 오랫동안 시장의 외면을 받았던 테슬라 주가가 올해 비로소 꽃을 피운 셈이다.

단순히 테슬라의 주가가 급등해서 부러운 건 아니다. 테슬라에 비해 초라한 우리의 기술ㆍ성장산업의 현실에 답답한 마음이 든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테슬라가 부상하면서 미국 기술주 시장의 꽃인 나스닥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으나 우리 기술주의 심장인 코스닥은 변함없이 예전 그대로의 모습이다.

나스닥 시장엔 테슬라 말고도 FANG으로 불리는 4대 천왕이 있다. 페이스북(F)과 아마존(A), 넷플릭스(N), 구글(G)이 주가 상승을 이끌며 나스닥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현재 9,000선 내외에 머물고 있는 나스닥지수는 올해 10,000선 돌파를 노리고 있다.

그러나 코스닥 시장의 현실은 여전히 시베리아 벌판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 초반까지 초기 시장 형성기엔 각종 비리와 범죄의 온상으로 얼룩지며 거품의 온상으로 매도됐고, 20년이 지난 현재도 한탕주의가 만연한 투기판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라임자산운용 펀드환매 중단 사태에 연루된 코스닥 기업들의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대표적이다. 라임 운용은 이른바 메자닌으로 불리는 투자기법을 통해 코스닥의 부실기업에 투자해 시장 전체의 신뢰를 손상시켰다. 이종필 라임 운용 전 부사장은 코스닥 기업인 리드와 관련된 800억원대 횡령 사건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래 산업의 꽃으로 주목받는 쿠팡과 옐로 모바일, 비바리 퍼플리카 등 차세대 기업들은 코스닥 상장보다 해외 증시에 더 관심이 많다. 그들의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원하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들은 해외 기업에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우회 상장을 하기도 한다.

정부에서 뒤늦게 코스닥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으나 몇 년이 지나도 뚜렷한 성과물은 나오지 않는다. 과거 코스닥에 입성했던 성장기업들은 이미 코스피로 자리를 옮겼고, 새로 코스닥에 진입하는 작은 기업들은 상장 그 자체에만 목표를 두는 것 같다. 코스닥 상장 이후 성공 사례는 눈을 씻고 봐도 찾기 힘들다. 외면받는 코스닥 시장의 차가운 현실이다. (자본시장부장 이장원)

jang73@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0시 5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