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환율과 주가, 채권금리 등 국내 금융시장의 각종 가격변수가 연일 급등락을 연출하고 있다. 국내외에서 경기 부진이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는 가운데 국내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경제에 가장 큰 걸림돌인 막연한 공포심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의 잇따른 변동성 확대는 투자자들에게 거대한 파도가 몰려올 수 있다는 징후로 해석된다. 시장이 투자자들에게 섣불리 움직이기보다 향후 변동성에 대비하면서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라고 신호를 보내는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둔화 우려가 팽배한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사례가 나타나면서 경제주체들의 생산 및 소비 활동에도 차질이 생겼다. 항공운송과 여행, 유통 등 대면접촉이 불가피한 서비스업종을 중심으로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자동차업종과 건설업종의 경우에는 부품공급 문제 등으로 일부 공장이 멈추거나 향후 분양 일정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이런 경제활동의 부진은 앞으로 기업들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금융시장에서 번지는 안전자산 선호심리, 즉 '플라이트 투 퀄리티(Flight to Quality)' 현상은 어쩌면 당연하다. 한때 2천277.23까지 올랐던 코스피지수는 26일 2,076.77까지 떨어졌다. 이날 하루 동안 외국인은 6년 8개월 만에 최대인 8천86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 3영업일 동안 2조4천423억원을 팔았다.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국고채 3년물 지표금리는 연 1.135%로 연저점을 깼다.





한국의 자산가치를 대표하는 원화도 심상치 않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일보다 6.6원 오른 달러당 1,216.9원까지 치솟았다. 안전자산인 미국 달러화의 가치가 비싸지면서 원화 가치는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의 부도 위험을 반영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지난해 11월 초 이후 가장 높은 29bp대로 상승했고, 통화스와프에서 이자율 스와프를 뺀 스와프 베이시스의 역전 폭도 1년짜리가 70bp까지 확대됐다. 스와프 베이시스 역전 심화는 그만큼 외화자금시장에서도 불안 심리가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금융시장에서 나타나는 이상징후는 비단 국내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과 일본은 물론 유럽 주요국 주가지수들도 하루에만 3% 넘게 폭락하는 현상을 연출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지난 24일과 25일 이틀 연속으로 3% 이상 급락하면서, 이번 주에만 벌써 7% 이상의 낙폭을 기록하고 있다. '패닉' 수준은 아니지만 일부 시장참가자들은 또 다른 위기감을 토로하기도 한다.

문제는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중앙은행들이 유동성을 푸는 방식으로 해결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경우 기준금리 인하와 같은 전통적인 통화정책을 쓸 수도 없다. 사실상 쓸 수단이 많지 않다는 의미다.

과거 금융위기는 말 그대로 금융에서 촉발됐다. 그래서 금융기관과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으로 일정 부분 효과를 봤다. 그러나 지금의 위기국면은 실물분야에서 촉발됐고 가중되고 있다. 중앙은행이 제아무리 유동성을 공급해도 전염병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고 기업과 소비자들의 투자와 소비를 자극하기가 쉽지 않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주춤해지고 국제금융시장의 전염병 '팬데믹(pandemic·세계적 유행병)' 우려가 잦아들 때까지는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에 대비하면서 투자자들도 안전벨트를 바짝 매야 한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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