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오전 10시, 오후 5시 두차례 코로나19 확진자수 체크를 하고 있습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질병관리본부의 코로나19 확진자수 발표부터 확인했다.

매일 두 차례 국내 확진자수를 체크하는 것은 일상이 됐다.

그는 증권사 입사 18년 만에 리서치센터장이 되면서 대표적인 증권가 70년대생 젊은 센터장에 이름을 올렸다.

리서치센터장이 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코로나19 이슈가 증시를 뒤덮었다.

중국에 이어 한국, 이탈리아, 이란 등 중국외지역으로 확산되면서 코로나19 이슈가 모든 이슈를 지배하는 형국이다. 미국 증시마저 코로나19 우려로 폭락하면서 대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 센터장은 "전수조사가 이뤄지면서 확진자수 증가는 예고됐던 부분"이라면서 "주 후반에 종교집단 영향이 어느 정도 가시화되고 난 후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다면 공포가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1분기 경제지표 악화는 불가피하지만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인하 기대가 높고, 추가경정예산을 통한 내수 부양책이 나올 경우 주식시장도 기대에 따른 반등이 나타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지산 리서치센터장은 1975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나와 2002년에 한화증권에 입사했다. 2007년 키움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후 가전 및 전자부품 부문을 담당하면서 기업분석팀장을 거쳐 지난해 12월말부터 리서치센터장을 맡았다.



다음은 김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코로나19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주가 고비다. 확진자수 증가는 분명히 예고됐던 부분이다. 특정 종교집단 전수조사가 이뤄지면서 확진자가 증가했고, 정부가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보다 강도높은 조치를 취한 것에 대한 결과는 주후반부터 확진자수 증가가 얼마나 유지되느냐에 성과가 좌우될 것으로 본다. 특정 종교집단 영향은 주후반에 어느 정도 가시화될 것이며 그 이후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다면 공포가 완화될 수 있다. 금통위 금리인하 기대가 높고, 추경을 통한 내수 부양책을 쓴다면 주식시장도 이에 대한 기대로 반등이 나타날 여지가 있다. 물론 경기 여건상 내수침체는 상당 기간 오랫동안 갈 것이고, 1분기 소비, 생산지표는 안 좋게 나올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과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 때 주식시장 영향은 약 3개월 정도였다는 점이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일시적이었고, 주요국이 연계한 경기부양책에 기반해 경기가 회복국면에 진입하고, 주식시장이 빠르게 회복된 점을 고려하면 올해도 그런 패턴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한국이 바이러스 이슈의 중심에 있어 향후 상황이 관건이다.



-전기·전자 업종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나

▲중국이 전 세계 스마트폰 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다. 생산 차질과 더불어 수요 부진은 불가피한 상황이라 지금 당장 일부 기관 조사 자료를 놓고 보면 1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동기대비 20% 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자부품 수요도 약할 수 밖에 없다.

중국이 최악의 시점을 벗어나는 조짐이 있고, 중국 정부의 강력한 부양책이 나온다면 이제 글로벌 IT의 중요 축인 한국만 생산 차질 이슈를 견뎌낼 수 있으면 된다. IT업계도 1분기 수요 부진과 실적 둔화는 불가피하겠지만 주식시장에 선반영됐고 본다.



-시장에서 70년대 센터장이 많아지면서 세대교체 이야기가 나온다.

▲시장의 변화에 대한 요구이자 그동안 리서치센터 본질적인 업무였던 법인영업의 위기를 의미한다. 기존에 법인영업 중심의 시장은 한계에 다다른 점이 젊은 센터장 교체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증권사들의 수익구조가 완전히 바뀌었다. 2019년 사상 최대 실적 달성한 증권사들을 살펴보면 리테일과 홀세일보다 IB투자가 늘었고, 리테일에서도 국내 주식보다 해외주식이 늘었다. 법인영업도 액티브 펀드라는 전통 기관투자자가 아니라 패시브, ETF 시장이 커지고 있다. 전통 리서치의 영역이 바뀌고 있고,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해진 시점이다. 이게 세대교체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소개와 변화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현재 42~43명 정도로 크게 늘리지는 않을 계획이다. 전체적으로 젊은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키움증권이 20년 됐는데 회사 DNA 자체가 젊고 도전적인 분위기다. 신체적 나이가 젊다는 개념보다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조직 문화다. 센터장을 맡은 지 얼마 안 됐지만 변화의 속도가 빨라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업종 간, 팀 간 협업 보고서가 늘고 있다. 이른바 '콜라보레이션' 보고서다. 최근 코로나19 관련 보고서도 보면 앞부분은 전략 쪽이고, 뒷부분은 업종별이다. 이슈에 신속 대응하되 팀간 협업을 통해 보고서를 만들고 있다.

기업분석팀, 투자전략팀이 있다. 그리고 각 팀에 키움 리서치의 특징이자 강점인 글로벌 리서치와 성장기업분석팀이 있다. 해외투자가 늘면서 점유율 상승 추세에 대응해 조직을 강화시키고 있고, 성장기업분석도 개인 고객을 중심으로 한 코스닥, 중소형 주식 커버리지를 늘려가고 있다. 성장기업분석은 다양한 영업접점도 많아 실제로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앞으로 비상장기업 투자,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분석도 확대할 예정이다.

글로벌 리서치도 중요하다. 해외주식 점유율이 2위로 투자자들 관심이 높다. 해외주식 쪽은 계속 잘할 수 있는 부분이다. 글로벌 리서치를 젊고 강력한 조직으로 만들고 있다. 리서치 성과가 또 점유율 상승으로 연결되는 점도 있어 고무적이다.



-2002년도에 입사후 18년만에 센터장이 됐는데 어떻게 달라졌나

▲그때만 해도 자본시장의 꽃은 애널리스트였고, 자기 이름으로 분석보고서가 나가는 점에 애정이 컸다. 그때 시점과 지금 후배 애널리스트들이 처한 상황은 달라져 미안한 마음도 있다. 당시에는 호황 장세였고, 애널리스트 역할, 가치도 높았기 때문에 자부심을 갖고 일하는 환경이었다. 지금은 돈의 흐름이 국내주식, 액티브펀드보다 해외주식, 패시브 쪽으로 수요가 분산되면서 국내 섹터 애널리스트에 대한 성과와 보상이 과거만 못한 측면이 있다.



-제일 힘들었던 경험은 무엇인가

▲섹터 애널리스트는 기업탐방, 모델 분석, 보고서 작성, 세미나 마케팅하는 일상적인 루틴으로 돌아간다. 업무 특성상 시장 상황과 연동되게 마련이라 2008년 금융위기 때 힘들었다. 그때 자본시장이 붕괴될 수 있다는 공포를 처음 겪었다. 지금도 비슷하다. 공포에서 주식시장 폭락하는 상황에서는 애널리스트들이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워 정신적 고통이 크다. 또 하나는 액티브펀드 시장이 빠르게 위축되는 부분이 아쉽다.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 측면에서 자본시장 활성화 도움을 주면 어떨까 싶다. 과거에 비해 지금의 자본시장은 좀 아쉬운 부분이 있다. 시중의 돈이 부동산보다 증시로 몰리게 해 기업에 대한 투자자금으로 선순환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다. 앞으로도 금융권 중심의 양질의 고용창출이 필요하다.



-올해 우리 증시 반등 여력이 어떨까

작년에 올해 투자 전략 볼 때 올해 코스피 상단을 2,250포인트로 봤는데 공교롭게 여러 악재들이 터지면서 상단은 갇혀있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우려가 완화된다면 추가 반등 여지는 있다. 상단은 제한되겠지만 각국 정부 경기 부양책을 통한 정책 공조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지표가 부진하더라도 유동성 측면에서 증시는 추가 반등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키움 리서치는 올해 상고하저로 보고 있다.

하반기 우려요인은 미중 무역분쟁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있을 미국 대선일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주식시장에서는 안정적인 시나리오지만 미국에서 강경한 진보주의자로 꼽히는 샌더스 후보자가 지명되면 자본시장에는 그리 우호적이지 않을 수 있다. 미국 증시 밸류에이션 높은 상태다. 최근 주가가 이틀새 급락한 점을 보면 코로나19 우려도 있지만 높은 밸류에이션 반증이기도 하다. 언제든 악재에 민감할 수 있다. 코스피가 상반기 반등하더라도 하반기로 가면 다시 상승 여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



-리서치센터 운영철학은

▲소통이라고 본다. 젊은 세대이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옛날처럼 지시해서 움직이는 문화가 아니다. 시장이 좋고, 보상이 좋으면 지시에 의해서 움직일 수 있지만 지금은 다르다. 자발적 협업이 전제돼야 한다. 그렇게 보면 구성원들에 자존감을 인정해 주려고 노력한다. 소통이 정보를 공유하고, 그러면서 권한을 공유하는 측면이 크다. 그렇게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좌우명이 있다면

▲20년 전부터 좋아했던 말이 있다. 활어역수 사어유수(活魚逆水 死魚流水). 죽은 물고기는 물에 떠내려가고, 살아있는 물고기는 물을 거스른다는 말이다. 항상 변화하고, 게을러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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