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이번 주 미국 증시가 폭락한 배경에 미국 민주당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급부상이 깔려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더블라인캐피털의 제프리 건들락 최고경영자(CEO) 등 월가 시장 참가자들은 반기업적인 샌더스 의원이 유력 대선후보로 부상하면서 투자자들이 공포에 질렸다고 해석하는 상황이다.

'채권왕'으로도 불리는 건들락은 26일(현지시각) 미국 CNBC의 방송 진행자 스콧 와프너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번 주 증시 폭락이 오로지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이라면 왜 미국 의료업종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보다 더 크게 떨어졌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건들락은 "의료·제약 부문이 전반적으로 지수 대비 수익률이 실망스러운 이유는 있다"며 "시장은 샌더스 의원이 민주당 후보로 지명될 확률을 50% 이상으로 보고 이를 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샌더스 의원은 지난주 발표된 NBC/월스트리트저널 여론조사에서 당내 경쟁자들을 두 자릿수 이상의 격차로 앞서갔다. 민주당 내 투표권자 중 27%는 샌더스 의원을 지지하는 중이다.

건들락은 "최근 현상은 아마도 '모멘텀 투자'의 어두운 면일 것"이라며 "시장은 샌더스 의원의 부상에 자동반사적으로 하락하고 있는데 그럴수록 그의 지지율은 다시 더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들락은 과거에도 샌더스 의원이 올해 금융시장에 가장 큰 위험이 될 것이라고 거듭 주장한 바 있다.

스스로 민주적인 사회주의자라고 말하는 샌더스 의원은 부유세 증세와 대형은행 해체, 최저임금 시급 15달러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또한 '모두를 위한 의료보험'을 정책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며 민감 의료보험사와 제약산업에 위협이 되고 있다.

오안다의 에드 모야 선임 시장 연구원도 "샌더스 의원이 대선 후보로 지명되면 미국 증시에 상당한 위험이 될 것"이라며 "최근 폭락장은 샌더스 의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이길 수도 있다는 우려를 일부 반영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샌더스 의원이 지금 같은 동력을 이어간다면 월가에 아주 큰 우려 요인이 될 것이라며 미국은 아직 그의 정책을 수용할 준비가 안 됐다고 말했다.

포트폴리오웰쓰어드바이저스의 이문선 최고투자책임자(CIO)도 큰 폭의 변동성은 샌더스 의원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며 "다음 주 슈퍼화요일(3월 3일)을 앞두고 시장의 큰 폭의 조정을 겪은 것"이라고 야후 파이낸스에 설명했다.

슈퍼화요일은 미국 대선이 있는 해에 대통령 후보자를 지명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대의원을 가장 많이 선출하는 날이다.

에버코어ISI의 사라 비안키 미국 공공정책·정치 전략분석 총괄은 "우리가 정치 환경에서 배운 게 있다면 상황이 정말 빨리 변한다는 것"이라며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은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거의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고 진단했다.

RBC캐피털마켓츠의 톰 포셀리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 또한 "샌더스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을 이길 가능성은 '제로'가 아니다"라며 "샌더스 의원이 이기면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까지 완전히 장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D.A.데이비슨의 제임스 레이건 자산관리 디렉터도 시장이 샌더스 의원의 부상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이것이 증시 폭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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