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KT&G 기업 회계기준 위반 의혹에 대한 징계 여부 논의가 시작된다.

금융위원회 산하 회계 전문기구인 감리위원회는 오는 19일 오후 첫 회의를 열고 심의에 착수한다.

금융감독원의 사전 조치안대로 고의적 분식에 따른 중징계가 확정되면 KT&G는 주식 거래 정지 등의 위험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상장 규정상 위반금액이 적어 심의 과정에서 징계 수위가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9일 금융당국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감리위원회는 19일 정례회의에서 KT&G의 회계기준 위반 안건을 상정해 심의할 예정이다.

금감원이 감리에 착수한 지 2년 4개월여 만이다.

일반 재판처럼 진행하는 대심제로 열릴지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번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대심제 가능성이 크지만, 안건의 방대함과 의견 진술에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할 때 1차 회의는 평소처럼 금감원의 안건 보고와 회사 및 감사인의 의견 진술을 듣고 2차 회의 때 대심제로 열릴 가능성이 크다.

감리위원회에서 논의된 내용은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 정례회의를 거쳐 제재 수위가 최종 확정된다.

앞서 금감원은 KT&G가 2011년 이명박 정부 시절 인수한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트리삭티와 관련해 고의로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했다고 결론 내리고 검찰 통보, 임원 해임 등 중징계를 예고하는 조치사전통지서를 보냈다.

KT&G는 2011년 인도네시아 트리삭티 경영권을 보유한 싱가포르 소재 특수목적회사(SPC) 렌졸룩 지분을 100% 인수했다. 이후 KT&G는 트리삭티에 2천억원 이상 추가 투자했지만, 트리삭티는 지속해서 순손실을 냈다.

정치권에서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직후 KT&G가 트리삭티를 무리하게 인수하고 손실을 보는 과정에서 이중장부와 부실 실사 등 혐의가 있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금감원은 2017년 11월 감리에 착수했으며, 최근 고의 분식회계 여지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금감원이 문제 삼은 부분은 '실질 지배력' 여부다.

금감원은 기존 주주와의 숨겨진 계약에 따라 실질적 지배력이 없었음에도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한 것은 고의로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현행 한국 국제회계기준(K-IFRS)은 지분율 이외에도 이사회 구성 등을 감안해 종속회사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지분 보유가 50%를 넘는다고 무조건 종속회사로 포함하지 않으며, 반대로 지분율이 50%에 못 미치더라도 사실상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한다면 연결 회계대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KT&G 측은 2011년 당시 적용되던 K-IFRS는 대부분 지분율을 기준으로 종속회사 여부를 판단했고, 트리삭티의 지분 50% 이상을 보유하고 있었던 만큼 고의적 분식회계를 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만일 혐의가 확정된다고 하더라도 총 위반금액이 2천억 원 미만으로 상장 폐지까지 갈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중요 회계처리기준 위반으로 검찰에 통보·고발된 기업은 거래 정지와 함께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분류된다.

다만, 위반금액이 자기 자본이 2.5%(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기업) 미만이면 실질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차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위반금액이 2천억원을 넘지 않아 현실적으로 상장폐지까지 가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기존 매출채권 잔액도 신 계약서상에 구간별 회수 조치 등 안전장치에 대한 조항이 추가돼 부실화되거나 회계적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중징계 조치를 통보한 데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2018년 백복인 KT&G 사장 연임 당시 2대 주주(7.53%)인 기업은행이 반대한 바 있는데, 그해 말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청와대의 교체 외압으로 기재부가 기업은행을 통해 입김이 작용하도록 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KT&G 징계를 두고도 금융위와 금감원의 입장차가 다소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또 다른 정치적 판단이 끼어들 가능성도 있다"면서 "금융위가 징계를 확정하더라도 KT&G가 이의신청이나 행정소송 할 것으로 보여 최종 징계 확정까지는 상당히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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