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국제 원유 시장의 패권을 두고 가격 전쟁에 돌입하면서 일부 에너지 기업들이 저유가를 버티지 못하고 쓰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9일(현지시각) 미국 마켓워치에 따르면 다이아몬드힐캐피털매니지먼트의 빌 족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체서피크 에너지처럼 (유가 전쟁에서) 결국 살아남지 못할 에너지 기업들이 일부 있다"고 진단했다.

셰일오일과 셰일가스를 생산하는 미국 기업들은 자본 집약적인 사업 구조를 갖게 됐고 상당한 빚더미에 올라 있는 상태다. 이들은 글로벌 메이저 기업보다 제품 생산 비용이 더 들 수밖에 없는데 이날 국제 유가마저 25% 폭락하면서 생존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에너지 기업에 대한 우려는 시장이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체서피크 에너지의 주가는 이날 하루에만 27% 폭락했다. 현재 시장에서 가장 활발히 거래되는 2021년 만기 회사채 평균 가격 또한 지난주 말의 41.18달러에서 11.44달러까지 붕괴했다.

오아시스페트롤륨도 2022년 만기 회사채의 평균 가격이 같은 기간 74달러에서 31.70달러까지 무너졌다. 주가는 이날 하루에만 61.67% 깎여 하루 만에 반 토막 나버렸다.

두 회사의 회사채를 수익률로 보면 각각 300%와 79%를 웃돈다. 이는 투자자들이 원금을 온전히 돌려받기를 사실상 포기한 것이라고 마켓워치는 분석했다.

도이체방크는 이날 국제 유가가 폭락하기 이전부터 정크 등급의 미국 에너지 기업 세 곳 중 두 곳은 이미 부실 등급으로 거래됐으며 올해 초 채권 디폴트(채무불이행) 비율도 15%에 이를 것으로 점쳐졌었다고 말했다.

미국 셰일 에너지 생산 기업들은 이미 국제 유가 약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우디와 러시아의 석유 패권 전쟁은 이들 기업에 특히 심대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아문디파이오니어자산운용의 켄 모나간 하이일드 부문 공동 총괄은 "(사우디와 러시아는) 미국 셰일 산업의 종말에 박차를 가하려는 것 같다"며 "시장 전반에 부수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문제고 이는 '낙타의 등을 꺾는 마지막 한 오라기의 짚'과 같다"고 말했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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