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삼성그룹 내 가장 민감한 현안 중 하나인 경영권 승계 문제에 대해 총수 일가가 직접 나서 적극적으로 해결할 의지를 보이라고 요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과거 그룹 콘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 주도로 직원들의 시민단체 후원 내용을 무단열람 한 사실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던 준법감시위의 권고에 따라 고개를 숙였던 삼성이 경영권 승계 문제와 노동 관련 현안에 대한 입장 요구에 어떤 답변을 내놓을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준법감시위는 11일 '그룹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 문제와 관련해 사과와 반성을 요구하는 권고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준법감시위는 그동안 삼성그룹의 불미스러운 일들이 대체로 경영권 승계에서 비롯됐다면서 과거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준법의무를 위반하는 행위가 있었던 점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준법감시위의 이러한 권고에 삼성은 "충실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곤혹스러운 게 사실이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파기환송심 판결을 앞두고 있고, 과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과 관련해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은 지속해서 경영권 승계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물론 준법감시위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의 불법 또는 위법 사항이 아닌 '준법의무 위반'이라는 표현을 통해 과거를 털고 가라는 권고를 했지만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 입장에서는 적잖은 부담이 생길 수 있는 사안이다.

특히 파기환송심 판결과는 별개로 검찰이 과거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고 있어서 준법감시위의 권고안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상당한 법적 리스크를 질 가능성도 있다.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이 어떤 답변을 내놓느냐 따라 상당한 상황 변화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준법감시위에 경영권 승계 문제를 포함해 그룹 전반의 현안에 대한 사실상의 '전권'을 준 상황이어서 권고안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답변을 내놓기도 쉽지 않다.

최근 직원들의 시민단체 후원 내역을 무단으로 열람한 것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준법감시위가 이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자 삼성이 수용한 것도 그런 차원에서다.

삼성 계열사들이 "절대 있어서는 안 될 명백한 잘못이었음을 인정한다"며 임직원과 시민단체에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준법감시위 출범 이전에도 삼성은 반도체 백혈병에 대한 보상을 중재위원회의 중재안을 이견없이 수용하며 갈등을 해소하려는 모습을 보였고, 삼성전자서비스협력사 직원들의 정규직화 요구도 받아들인 바 있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 수감돼 재판을 받는 등의 풍파를 겪은 이후 강력한 쇄신 의지를 보여온 만큼 삼성이 준법감시위의 권고에 전향적인 답변을 내놓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나서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명확한 입장을 제시할 가능성도 크다.

준법감시위 입장에서는 이번 권고안이 삼성의 '들러리'라는 지적을 털어내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준법감시위가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달 "삼성은 '법경유착'으로 급조한 준법감시위원회를 해체하고, 국민들에게 진정으로 반성과 성찰을 보여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준법감시위는 이번 권고안이 삼성의 과거보다는 미래에 방점을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잘못된 점을 반성하고 사과함으로써 미래에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을 것을 확실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삼성의 승계 문제는 완결된 것이 아니다"라며 "과거 승계 문제를 반성하고 사과하는 동시에 미래에도 준법의무 위반이 없을 것이라고 공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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