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곽세연 특파원 = 유가 전쟁 공포 속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채권값이 떨어지고 있다.

11일 팩트셋에 따르면 2030년 4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사우디의 달러 표시 채권 수익률은 전주 2.35%에서 이번 주 초 2.84%로 올랐다. 1월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뒤 전일에는 2.79%로 다소 낮아졌다.

채권수익률과 채권값은 반대로 움직인다.

사우디와 러시아 간 오랜 석유 수출 협력 관계가 분열된 지난주 금요일 이후 사우디 채권값이 하락하고 있다. 사우디는 감산 합의 결렬 이후 생산을 늘리고 판매 가격을 낮추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유가 전쟁 이후 원유 선물 가격은 가파르게 하락했다. 지난 9일 유가는 1991년 걸프 전쟁 이후 가장 큰 폭 하락했다. 현재는 배럴당 33.50달러 근처에서 움직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사우디에 대한 신뢰를 이어갈지 유가 폭락이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우디는 이웃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유가가 하락하기 시작한 2016년 이후 차입을 늘리기 시작했다. 달러 표시 국채 발행 역시 크게 확대했다.

딜로직에 따르면 사우디,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오만, 바레인, 쿠웨이트로 구성된 걸프협력회의는 2019년 419억 달러의 외화표시 채권을 발행했다. 10년 전 국내와 해외시장에서 161억 달러를 조달했던 것에서 많이 증가했다.

유가가 장기간 현 수준을 유지하면 이 지역들은 훨씬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해지고 경상수지 적자가 생기게 된다.

노스 에셋 매니지먼트의 피터 키슬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사우디는 유가가 오랜 기간 이렇게 낮게 유지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나 사우디 모두 유가가 배럴당 30달러인 상황에서 어떤 말을 한다 해도 취약하다"고 말했다.

유가 하락으로 사우디가 발행한 채권에 대한 채무보험의 일종인 신용디폴트스와프(CDS)도 치솟았다. 사우디의 국채 디폴트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한 비용은 2016년 10월 이후 가장 높았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미 걸프협력회의 국가가 발행한 채권값 하락에 베팅했다. 경제 모델이 에너지 생산에 크게 의존하고, 정부 재정에 대해 제한된 정보만 공개하기 때문이다.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추산에 따르면 유가가 1년간 배럴당 30달러를 유지하면 사우디는 국내총생산(GDP)의 16%에 달하는 재정 적자에 직면하게 된다. 2019년 6.1%에서 늘어난 것이다. 다른 산유국도 비슷한 패턴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투자자들은 사우디가 정부 수입의 급격한 감소에 대처해 이번 유가 하락이 일시적인 것으로 드러날 수 있다는 낙관론을 제시한다.

BNP 파리바 에셋 매니지먼트의 진-찰스 삼보 이머징마켓 채권 대표는 "전적으로 사우디가 스스로 자처한 결정이기 때문에 유가를 걱정한다면 분명히 이 결정을 뒤집을 것"이라고 말했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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