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제 유가가 급락세를 보이면서 건설사의 해외 플랜트 수주에도 악영향을 줄 지 주목된다.

12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날까지 해외 수주실적은 95억4천만달러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138% 증가했다.

수주액은 크게 늘었지만 중동에서 전체 수주액의 60%인 57억3천만달러어치를 수주하는 등 중동 의존도가 1년 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중동 수주 여부는 유가 하락에 대한 민감도가 크다.

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던 2008년 금융위기 때와 2014년 당시 코스피 건설업지수는 74%와 37%씩 급락한 바 있을 정도다.

건설업지수는 작년 9월을 정점으로 하락 추세에 접어들었고 이번 주에도 7.36% 하락했다.

유가 하락 시 산유국의 재정 및 발주처의 경영상황이 나빠지면서 발주처가 신규 프로젝트를 취소하거나 공사대금을 지급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탓이다.

이에 따라 건설사가 보유한 매출채권 부실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시공능력평가 10대 건설사(삼성물산, 호반건설 제외)의 매출채권은 9조4천318억원으로 2018년 말 9조9천997억원보다 5.7% 감소했다.

매출액 대비 매출채권 비중이 30%를 넘어가면 채권 회수가 더뎌 신용도에 부정적인 것으로 해석되는 점을 감안하면 건설사들의 신용 상태도 전반적으로 양호하다.





과거 유가가 높을 때 수주했다가 유가가 급락하면서 재무상태에 문제가 생겼던 사례가 있기 때문에 중동 수주잔량이 많은 건설사라면 향후 매출채권이 늘어날 수 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과거 저유가 국면 때 중동에서 종종 발생했던 전쟁이나 테러가 매출채권 회수에 어려움을 줬다"며 "당분간 저유가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건설사 등 일부 관련 기업들은 매출채권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지혜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몇 년간 건설사의 신용도나 수익성이 좋았으나 코로나19에 따른 유가 하락으로 매출채권이 증가할 개연성이 있다"며 "국내에선 주택부문이 규제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조기 집행 등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건설사들이 수주 종목을 다변화하며 유가 하락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송유림 한화증권 연구원은 "올해 해외수주 회복은 정유화학이 아닌 가스 플랜트가 주도할 전망"이라며 "사우디나 아랍에미리트(UAE) 등 가스 발주가 많은 국가가 수출용이 아닌 내수용 가스를 생산하는 만큼 외부 환경에 덜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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