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미국과 유럽 간의 하늘길이 막히면서 미국은 물론 유럽증시도 무너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주목하던 증시는 "유럽에서 미국으로 오는 여행객의 입국을 금지한다"는 강경 조치와 기대에 못 미치는 부양책에 충격을 받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것은 금융위기가 아니다"라고 못박았지만 증시 반응은 위기급이다.

국내 증권사의 전문가들은 13일 미국과 유럽 증시의 대폭락이 각국 통화정책 효과에 대한 의구심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며 향후 정책 대응과 미국 확진자수 추이에 주목해야 할 것으로 봤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9.99% 폭락한 21,200.62에 마감했고, S&P500지수는 9.51%, 나스닥지수는 9.43% 추락했다

유럽증시도 10%대의 하락세로 곤두박질쳤다. 영국을 제외한 유럽발 여행객 차단 선언에 영국 런던 FTSE100지수는 10.87% 폭락했다. 독일 DAX지수는 12.24%, 프랑스 CAC40지수도 12.28% 떨어졌다.

국내 증권사의 전문가들은 중국 코로나19에서 비롯된 충격파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수준까지 확대된 상황에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리고 각국의 정책 대응이 여전히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는 해법이라고 봤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악의 경우의 수를 가정한 시장바닥 레벨을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코스피 하단 전망치를 1,750까지 낮췄다.

김 연구원은 "당초 국지적, 일시적 쇼크 수준으로 제한될 것으로 봤던 중국 코로나19발 매크로 충격파는 이제 과거 미증유의 글로벌 시스템 리스크 당시에 견줄 수준까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 국한된 주가, 밸류, 수급 논법이 아닌 이머징마켓(EM) 전체로의 논의 확장이 필히 수반돼야 한다"며 "만일 코로나19에 따른 잠복 경기 침체 우려를 글로벌 정책 공조로 일정 수준 상쇄하는 경우라면 관련 파장은 글로벌 경제 내에서 가장 취약한 연결고리인 EM 일방의 동반 후퇴 정도로 제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의 대규모 양적완화 재개에도 통화정책 효과에 대한 의심과 트럼프 정부의 재정정책 실행에 대한 불신으로 투자자들은 경기 침체를 선반영하며 약세장으로 진입했다"며 "상·하원은 코로나로 예정돼 있던 다음 주 휴가를 연기하기로 결정했고, 이는 재정정책 실행을 위한 방안을 적극 논의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시장은 미 연준의 적극 정책, 의회 결정, 유럽과 미국의 확진자 수 추이를 지켜볼 것으로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글로벌 증시가 정책 대응에 대한 실망으로 무너진 만큼 향후 뒤따를 각국의 정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부는 "미국 유럽 등 지역에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한 가운데 트럼프가 전일 적극적 대응책이 포함되지 않은 경기 부양책을 발표함에 따라 시장이 실망한 모습"이라며 "시장 기대는 다시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로 쏠린 것으로 파악된다"고 봤다.

이와 함께 "금리 인하 외 국채 매입 규모, 만기 확대, 대기성 레포 도입 등 연준의 추가적인 유동성 공급이 있을지 3월 FOMC 결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하인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주가를 다시 상승시켜야 하고, 대중 관세율을 추가 인하한다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공황 때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힘으로 반등하던 주가를 다시 하락시킨 것이 바로 관세율 인상이었다"고 짚었다.

그는 "증시가 추가 하락할 경우 관세율 인하 카드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며 "관세율 인하는 의회의 동의도 필요치 않은 조치"라고 강조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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