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연기금이 이달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원 가까이 순매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약세를 나타낼 때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연기금의 순매수가 이어질지 지켜봐야 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지면서 증시 부진이 지속될 수 있는 탓이다. 안전자산 비중을 확대하면서 국내 주식 비중을 축소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13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12일까지 연기금은 9천271억원을 순매수했다. 연기금은 이달 2일, 3일, 11일에 순매도를 기록하고, 다른 날에는 모두 순매수를 보였다.

같은 기간 연기금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전기·전자업종을 주로 순매수했다. 순매수 규모는 6천470억원을 나타냈다.

서비스업(936억원), 의약품(874억원), 유통업(587억원), 금융업(512억원), 통신업(371억원), 화학(222억원), 음식료품(202억원) 등도 순매수 상위 업종에 이름을 올렸다.

종이·목재, 기계, 전기·가스업, 은행, 운수·창고, 운수·장비 등은 순매도했다.

이 기간 연기금의 매매 상위종목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 삼성바이오로직스, SK, 셀트리온, 호텔신라, 삼성SDI, 이마트 등이 있다.

시장에서는 주가가 하락할 때 연기금이 저가 매수를 하면서 주식시장에서 '안전판' 역할을 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8월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무역 제재에 국내 주식시장이 힘을 쓰지 못할 때 연기금이 코스피 시장에서 대규모 순매수를 나타냈다"며 "이번 장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당분간 연기금이 코스피시장에서 순매수를 나타낼 수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연기금 순매수가 이어질지 지켜봐야 한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연기금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8월과 지금은 시장 상황이 다르다"며 "지금은 코로나19로 전 세계 증시가 패닉 상태"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들어 연기금 순매수 강도도 약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달 6일과 9일 코스피 시장에서 연기금 순매수 규모는 2천239억원, 3천933억원을 기록했지만 12일 순매수액은 341억원으로 줄었다.

연기금의 다른 관계자는 "이달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수를 나타냈으나 손실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자산운용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달 초부터 12일까지 코스피시장은 7.68% 하락했다. 연기금 매매상위종목 주가도 대부분 하락했다. 이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6.27% 내렸다. SK하이닉스, 네이버, SK, 호텔신라, LG생활건강 주가 등도 하락했다.

연기금이 향후 안전자산 비중을 확대하고 위험자산 비중을 축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증권사의 한 운용역은 "이달 12일(현지시간) 극도의 공포심리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패닉으로 몰아넣었다"며 "미국 뉴욕증시 120년 역사에서 1987년 '블랙 먼데이' 이후로 최악의 하루라는 평가까지 나온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연기금이 국내 주식 순매수를 이어가다가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며 "안전자산 비중을 확대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당분간 현금 비중을 늘리는 게 좋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증권사의 다른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증시 폭락에 이어 안전자산인 금과 채권도 약세를 나타냈다"며 "현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당분간 현금 비중을 확대하고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자산 비중을 조절하는 것이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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