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증권가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역대 최대 실적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던 투자은행(IB) 업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에 움츠러들었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해외 부동산이나 대체투자 관련 딜을 진행하기 위한 회의가 대부분 지연되거나 멈추면서 사실상 국내 증권사의 해외IB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한 증권사 해외IB 담당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당장은 해외 실사를 나갈 수도 없고, 해외에서 오는 경우도 한국에 들어왔다 나가면 입국 제한이 걸리는 만큼 거래가 모두 일시 정지 상태"라며 애로 사항을 언급했다.

미디어 컨퍼런스 콜을 통한 거래도 제한적이다.

이 담당자는 "실물 실사가 중단된 상태에서 초기에 컨퍼런스 콜로 계약을 시작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웬만큼 진행된 딜도 투자자들의 내부 심의위원회가 지연되고 있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전통적 IB 업무인 채권, 주식 발행이나 기업공개(IPO) 등은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시장 상황이 악화하면서 녹록지 않은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다.

IPO에 나섰다 이를 철회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K-뷰티 화장품 제조기업인 엔에프씨는 3월말 코스닥시장에 상장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의 확산과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 등을 고려해 상장 절차를 연기했다. 엔에프씨는 두차례 연기 끝에 이번주에 다시 청약에 나설 예정이다.

대어급 상장 예정 기업이던 호텔롯데 역시 코로나19의 타격이 커지면서 IPO일정을 뒤로 미뤘다.

코스닥 상장 공모 절차에 나섰던 메타넷플랫폼과 센코어테크 등도 수요 예측 후 공모를 철회했다.

이들 회사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주식시장 투자심리가 얼어붙자 회사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는 판단에 상장 카드를 일단 접은 상태다.

또 다른 증권사 IB담당자는 "자금이 필요한 기업이 많아도 라임자산운용의 환매중단 사태로 메자닌 발행이 어려운데다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아 유상증자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증권사들도 지난해에는 IB 수익 호조로 잔칫집 분위기였지만 올해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코로나19의 충격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 기존에 해외 IB 투자에 나섰던 부분에 대한 손실은 물론 향후 수익 구조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대표는 "연초에는 2019년 딜이 좀 넘어와서 괜찮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면 리스크가 커질 수 있어 최대한 조심하는 분위기"라며 "전세계로 확산되는 위험이 커지고 있어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움직여야 한다고 보기에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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