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한국은행이 16일 긴급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글로벌 중앙은행과 비교했을 때 뒷북 금리 인하라는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를 연 0.75%로 50bp 전격 인하했다. 한은이 임시 금통위를 개최한 것은 지난 2008년 10월 27일 글로벌 금융위기로 기준금리를 75bp 인하한 후 처음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했던 지난 2월 금통위 이후 한국을 둘러싼 대내외 경제 상황은 더 악화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글로벌 경제가 한은의 당초 예상보다 더 악화한 시나리오로 움직였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4일 기준금리를 50bp 인하한 데 이어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사흘 앞두고 기준금리를 0~0.25%까지 일시에 낮췄다.

미 연준의 깜짝 금리 인하 이후 캐나다 중앙은행과 영란은행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일제히 긴급 금리 인하에 동참했다.

미국의 지난 4일 금리 인하 이후 한은이 이에 동참해야 한다는 요구가 컸다. 한은은 "2월 금통위 후 정책여건 변화를 적절히 고려할 것"이라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연준처럼 긴급 금통위를 열 가능성에 대해서는 "예단할 수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고수했다.

한은은 지난주 비통방 금통위에서 적격담보대출에 산업금융채 등 일부 특수은행채와 주택금융공사의 주택담보증권(MBS)을 포함하기로 했다.

한은이 금리 인하 대신 다른 정책을 쓰는 사이에 일본은행과 뉴질랜드 중앙은행 등 다른 국가들도 긴급 통화정책 회의를 여는 등 긴박하게 나섰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행보와 비교했을 때 소극적이라는 비판 여론이 확산했다. 뒤늦게 금리 인하에 나섰지만, 뒷북 인하라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주열 총재가 지난 13일 청와대 회의에 다녀온 직후 임시 금통위가 열리면서 한은의 중립성도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이성태 전 한은 총재가 청와대 회의에 두 번 참석한 후 임시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75bp 인하한 전례가 있다.

이달 들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정치권의 통화정책 압박은 더해졌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4일 기준금리 인하와 관련한 질문에 "한은의 고민이 클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여당에서도 "통화 당국의 적절한 판단을 기대한다"며 압박성 발언을 했다.

한 금융시장 관계자는 "연준이 FOMC를 앞두고 두 번이나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한은의 입지가 매우 좁아진 게 사실"이라며 "금융시장은 긴박하게 돌아가는데, 한은 대처가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미흡했던 게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다른 금융시장 관계자도 "한은이 내부적으로 검토를 하고 있었어도 청와대 회의 이후 긴급 금통위를 열어 금리를 인하하는 건 통화정책 중립성 훼손으로 비친다"며 "좀 더 선제적으로 해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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