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윤구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임시회의를 열어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국내 생명보험사 역마진 우려가 심화할 전망이다.

금통위는 16일 임시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 1.25%에서 0.75%로 50bp 인하했다.

사상 처음 '0%대 금리'로 접어들면서 운용수익률 답보에 빠진 국내 생보사에도 비상이 걸렸다.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0.25%로 긴급 인하하는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융위기 못지않은 '빅컷'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한은도 이에 동참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금통위는 코로나19 확산 영향에 따라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주가, 환율 등 주요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크게 증대되고 국제유가가 큰 폭 하락한 점을 반영했다.

글로벌 경제가 V자 회복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엄중한 경제 상황 인식에 빅컷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저성장과 저금리로 성장 정체에 직면한 국내 생보사는 '사면초가'에 몰리게 됐다.

기준금리 인하로 생보사의 주요 투자처인 채권 수익률이 떨어지면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

또한, 지속적인 운용수익률 하락은 생보사의 역마진 심화로 이어진다. 고객에게 받은 돈으로 굴린 수익률이 고객에게 주기로 약정한 이자율보다 낮아지기 때문이다.

생보사의 운용수익률은 저금리 여파로 하락세를 보이며 3.5%에서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생보사들이 6~8%의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대거 팔아 역마진에 취약한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차 역마진이 급속하게 확대되고 미국금리도 대폭 인하해 해외투자마저도 질 좋은 자산운용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역사상 초저금리 상황에서 IFRS17과 K-ICS 등 규제 도입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투자영업이익에 빨간불이 켜진 만큼 생보사들이 하반기에 예정이율을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예정이율은 보험사가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를 굴러 보험금을 지급할 때까지 거둘 수 있는 예상 수익률이다. 예정이율이 낮아지면 같은 보험금을 받더라도 가입자가 내야 할 보험료는 늘어나게 된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NH농협생명 등 대형 생보사들이 다음 달부터 예정이율을 약 0.25%포인트 인하할 예정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역마진 심화로 예정이율 추가 인하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제로금리 시대로 인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대체 투자처 발굴 및 안정성 확보를 위한 장기채권으로의 전환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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