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증시 폭락 장세가 반복되고 있다.

미국 증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정책금리를 100bp 낮춰 제로금리로 돌입했고, 7천억달러 규모의 양적완화(QE)도 시행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한국도 0%대 기준금리 시대로 접어들었다. 한국은행이 전일 장마감 이후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연 1.25% 기준금리에서 0.75%로 0.50%포인트(50bp) 전격 인하했다

하지만 주식시장 반응은 심상치 않다. 미국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일대비 12.93%, S&P500지수는 11.98%, 나스닥지수는 12.32% 폭락했다.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최대 하락폭으로 시장에서는 다시 개장 직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며 긴장감을 반영했다.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17일 중앙은행들의 긴급 대응에도 증시가 급락하는 배경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 ▲추가 대응 카드가 없다는 우려 ▲코로나19가 가져올 펀더멘털 충격에 대한 예상이 어렵다는 점 등을 꼽았다.

증시가 연일 폭락장을 거듭하는 것은 코로나19 확산에 미국, 유럽 등이 본격적으로 노출됐기 때문이다.

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미국은 코로나19 확진자수 증가세 시작 단계에 있다는 점이다.

이런 시점에 미 연준이 150bp의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 재개에 나서면서 증시 참가자들은 앞으로 남은 카드가 별로 없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을 드러냈다.

한국도 석연치 않은 긴급 금리인하 대응이 오히려 증시 불안을 키우고 있다.

2월2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해 시장의 예상을 빗나간 한은은 불과 13거래일 만에 입장을 바꿨다.

미 연준의 기준금리 파격 인하가 이어지자 전일 임시 금통위를 열고 50bp 인하를 결정했다.

이처럼 중앙은행 대응이 금융위기 당시의 대응과 비슷해진 상황에서 증시 참가자들의 리스크회피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증시 패닉이 심해진 것은 코로나19의 경제 파괴력이 확산,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과 일본은행, 한국은행 등 세 곳의 중앙은행이 전격적인 금융완화조치를 단행했음에도 글로벌 주식시장이 큰 폭 하락했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통했던 중앙은행의 공격적 금융완화가 이번에는 약발이 안 먹힌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유는 1~2월 중국 경제지표에서 코로나19의 경제 파괴력이 확인된 가운데 오늘의 중국 부진이 내일의 미국과 유로존 경제에서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이고, 다른 하나는 유동성 공급이 펀더멘털 악화를 이기지 못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이미 주가지수가 바닥권에 진입한 만큼 추격 매도에 나서는 것은 유효한 전략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증시 상황을 '배수지진(背水之陣)'의 상황으로 봤다.

증시가 이미 급락한 점을 고려해 신한금융투자는 "코스피는 20% 이상 조정 때와 PBR 저점 등을 고려할 때 1,650포인트를 바닥권으로 설정할 수 있다"며 "바닥권에 임계한 현 상황에서 매도 대응은 의미없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위기상황에선 가치주보다 퀄리티(펀더멘털 우량) 주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당시 퀄리티 지수가 밸류대비 아웃퍼폼했다"고 분석했다. 하이 퀄리티 종목으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엔씨소프트, 삼성에스디에스 등이 꼽혔다.

코로나19의 확산이 불러올 각국 경기 펀더멘털 충격이 아직 100% 가늠할 수 없는 변수라는 점도 공포심리의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아직 경기 충격 강도에 대한 신뢰도 높은 추정이 힘든 상황인 만큼 선제적으로 신용리스크를 제어하려는 노력은 분명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며 "그러나 국채와 MBS 매입으로는 신용 리스크 대응이 쉽지 않다는 한계가 존재하고 이 부분에 대한 실망감이 표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어찌보면 미 연준 입장에서 제시할 수 있는 카드를 다 제시한 후 정부와 의회 측의 지원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연구원은 "펀더멘털 현황에 대한 가늠이 어렵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 볼 수 있으며, 당분간은 높은 변동성 구간내 신중한 접근이 바람직해 보인다"며 "사후적으로 현재 풀려진 막대한 유동성의 폭발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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