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윤구 기자 = 새로운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 연기에도 국내 보험사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자본확충 시간은 벌었지만, 코로나19로 촉발된 초저금리 충격으로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기가 더 어려워졌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IFRS17 도입 시기를 1년 연기한 2023년으로 결정했다.

애초 2021년에서 2022년으로 한번 연기된 바 있는 IFRS17은 한 차례 더 연장됐다.

IASB 이사회에 앞서 공개한 회의 자료에는 일부 보험사의 전산시스템 개발 준비가 미흡하고 보험사의 리스크 관리를 감독하는 금융당국 체계와 연계성이 떨어진다는 실무자의 의견이 담겼다.

국내 보험업계는 자본확충 등 준비 시간이 촉박했던 만큼 IFRS17 연장에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 추가 연기로 보험사가 실무이슈 해결 및 시스템 구축·검증, 자본확충에 필요한 준비 기간을 추가로 확보했다"며 "다만, 최근 경기침체 및 코로나19에 의한 국제적 금리하락 가속화 추세를 고려할 때 보험부채 시가평가에 대한 부담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보험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 도입을 앞두고 보험사들은 그동안 자본확충에 열을 올렸다. 부채 규모가 커지는 만큼 자본을 쌓아야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7년과 2018년 4조원씩, 지난해에는 2조5천억원 등 국내 보험사들이 3년간 약 10조 이상의 자본을 조달했다.

올해 들어서도 메리츠화재 1천500억원의 후순위채 발행에 성공했다. 동양생명도 최대 3억달러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정했다.

자본확충이 이어지는 가운데 IFRS17이 2023년 적용되는 만큼 보험사들은 시간을 벌게 됐다.

그러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종전 1.25%에서 0.75%로 50bp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하면서 보험사의 시름은 깊어졌다.

기준금리 인하로 보험사의 주요 투자처인 채권 수익률이 떨어져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며 역마진도 심화하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에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많이 판매한 생보사들은 저금리 여파로 부채가 크게 늘어 자본확충 부담도 커지게 된다.

금융당국이 공동재보험 제도를 도입해 보험사의 역마진 부담을 완화해줄 예정이지만, 실효성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공동재보험은 고금리 상품을 보유한 보험사가 금리위험, 해약위험 등을 재보험사에 넘기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보험사가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 발행 외에도 보험 부채를 직접적으로 줄이거나 조정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초저금리 상황에서 웃돈을 주고 재보험사에 고금리 계약을 넘길 보험사가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 도입 시기만 늦춰졌을 뿐 역사상 초저금리 상황에서 규제를 도입하면 아마 살아남는 보험사는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도입 연기가 아닌 IFRS17과 K-ICS 등 규제에 대한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장기간에 걸친 단계적 도입으로 보험사에 충격을 최소화해주는 게 정책당국으로서 보험사를 살리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yg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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