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국제 유가가 폭락하면서 유조선운임지수(WS)가 폭등하고 있다.

저유가에 늘어난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초대형유조선(VLCC) 등이 동원되고 있기 때문인데 장기화할 경우 신조선 발주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1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이후 이달 초까지 40선을 유지하던 WS지수는 VLCC기준 이달 10일 52.41, 11일 95.91, 12일 114.77로 오르다 13일 206.82, 16일 209.73으로 껑충 뛰었다.

일주일새 무려 4배 가까이 오른 셈인데 폭등의 원인은 국제유가 급락이다.

이달 초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석유 감산 합의에 실패하자 경쟁적으로 산유량을 늘리며 치킨 게임에 돌입하는 등 유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의 국영석유기업인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최고경영자(CEO)는 배럴당 30달러의 유가에도 편안함을 느낀다며 현재 일일 1천200만배럴인 생산량을 1천300만배럴까지 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원유생산이 급증하자 VLCC가 보관장소로 동원되고 있는 셈이다.

런던의 발틱해운거래소 마켓리포트에 따르면 이달 11일 중국의 한 석유화학기업은 이달 말 중동에서 중국으로 원유를 싣고 갈 운반선을 WS155에 계약했는데, 이를 용선료로 환산하면 하루 18만3천달러에 해당한다.

유류 운반을 주력으로 하는 해운선사의 손익분기점 운임이 통상 3만달러에 해당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의 운임이 형성된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국제유가 흐름의 장기화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양대 산유국의 생산경쟁이 멈추지 않을 경우 VLCC 수요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2014년 유가급락 직후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이 LNG선박과 VL탱커수주를 급격히 늘렸듯 이번의 유가 급락 역시 탱커발주량을 늘려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른 세계 경제 위축 등을 고려할 때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견해도 있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조선 건조에는 1~2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금 당장의 운임만으로 발주를 예측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경제가 예측 불가의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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