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금융시장 충격이 이어지면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금융위기 때 단행했던 컨틴전시 플랜을 하나 둘 꺼내들고 있다.

금융위기급 정책이 오히려 투자심리를 불안하게 하는 측면도 있지만 정책당국이 크레디트 리스크(신용위험)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제대로 알아챘다는 평가도 나온다.

18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기업어음(CP)를 매입하는 CP매입기구(Commercial Paper Funding Facility·cpff)를 설립하기로 했다.

미 연준은 금융위기 당시 2008년 10월27일부터 2010년 2월1일까지 CP매입기구를 운영했고, 당시 총 7천380억달러 규모의 CP를 매입했다.

이에 대한 증시 반응은 긍정적이다.

금융시장에 대규모의 양적완화를 통한 자금 공급보다 민간의 신용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08년 CPFF와 지금의 차이는 미 재무부가 만든 긴급 예비기금으로부터 100억달러 신용 보호자금을 받은 것"이라며 "이번 CPFF 이후에도 긴급 예비기금이 900억달러 이상 남아있어 재무부는 연준을 통해 추가로 신용시장을 지원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2020년 1월 기준 신용등급이 우량(A1 등급 이상)한 기업의 CP만 사기로 해 CP매입 조건이 아주 우호적이지 않다"며 "어려운 기업을 지원해준다는 취지보다 코로나19 사태로 잠시 어려워진 상황을 완화해주겠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그는 "불안감이 단번에 사라질 수는 없지만 일방적인 가격 조정은 차츰 진정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에서도 금융위기급 긴급 대책이 줄을 이었다.

달러-원 환율이 폭등하면서 1,250원선에 바짝 다가서자 외환당국은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 역시 금융위기 당시에 사용됐던 긴급 방안 중 하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제1차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은행에 대한 선물환 포지션 규제 한도를 25% 상향 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외화자금 유입을 늘리고, 외환스와프시장의 외화 유동성과 관련해 국지적인 불안이 금융기관의 외화유동성 악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선제조치한다는 입장이다.

증시에서는 결국 시장이 원했던 것은 크레디트 리스크(신용 위험)에 대한 정책 대응이라는 것을 각국 정부가 제대로 짚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이 CP매입 카드를 꺼내들자 100bp 금리인하, 7천억달러 양적완화 재개에도 불안감을 높였던 글로벌 금융시장은 안도했다"며 "결국 시장이 원했던 것은 크레디트 리스크 제어였던 것"이라고 짚었다.

이 연구원은 "트럼프의 대규모 경기 부양정책과 수요회복을 위한 글로벌 정책공조는 지속되고, 강화되고 있다"며 "통화정책은 2008년 금융위기에 준하는 수준에 도달했고, 재정정책은 금융위기 당시보다 강하며, 경기부양정책 규모는 물론 지원 방식도 가계, 기업에 대한 직접 지원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시장은 패닉 장세에서 벗어날 전망"이라면서도 "궁극적인 금융시장 안정성 강화를 위해서는 코로나19 사태 진정과 유가 안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양정책과 신용위험을 줄이려는 정책 당국의 노력에 시장 패닉은 진정됐지만 미국내 확진자수 증가세가 부각될 경우 다시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은 정책 효과에 대한 기대로 한시름 덜었지만 반등 여력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전일 치솟았던 달러-원 환율은 다시금 1,230원대로 반락했다.

코스피 역시 정책 기대감을 반영하며 1,680대로 소폭 올랐다. 하지만 개장 이후 상승폭은 제한적이다.

뉴욕증시가 5%대 오름세로 마감했지만 미국 E-미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선물은 3% 이상 급락했다.

불안의 근본적 이유인 코로나19 팬더믹(전세계 대유행)이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더믹에 따른 경기 침체 가능성에 당국이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셈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미 연준이 CPFF 설립을 통해 기업어음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응에 최대 1조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검토한다고 밝히는 등 재정과 통화정책 대응을 강화했다"며 "유럽 주요 국가들도 적극적인 대응책을 추가 발표했지만 미국내 코로나19 확진자수가 빠르게 증가하면 불안감은 잔존할 수 있다"고 봤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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