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푸르덴셜생명 매각을 위한 본입찰을 하루 앞두고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공격적인 베팅에 나설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금융시장이 요동치며 3조원까지 치솟은 푸르덴셜생명의 몸값도 조정되리란 시각이 많지만, MBK 등 유력 인수자인 사모펀드와의 경쟁을 위해 2조원 초중반의 가격을 써내야 한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 '정중동' KB금융…2.1조원 넘는 베팅 어려워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푸르덴셜생명 매각 주관사인 골드만삭스는 오는 19일 매각 본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공격적인 베팅을 준비 중인 MBK와 한앤컴퍼니, IMM프라이빗에쿼티(PE) 간 눈치 게임은 치열한 모양새다.

예비입찰에서 가장 많은 금액을 적어낸 것으로 알려진 MBK가 본입찰에서도 가격 우위를 점할 것이란 예측이 많다. MBK는 지난 2018년 9월 신한금융지주에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매각하는 과정에서 2년간 동종업계 진출 제한을 담은 '경업금지(競業禁止)' 조항이 포함된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었다. 때문에 법률적 리스크 없이 계약을 완료할 수 있는 시기는 올해 9월이다.

매각 주체인 푸르덴셜인터내셔널인슈어런스홀딩스(PIH)에게 매각 절차가 물리적으로 지연되는 것은 불안감과 비용을 동시에 수반하는 일이다. 이에 MBK 입장에서는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롯데카드 인수를 눈앞에서 놓친 한앤컴퍼니의 인수 의지는 어느 때보다도 강하다. 일각에선 한앤컴퍼니가 가장 공격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우리은행으로부터 인수금융을 제공받기로 한 IMM PE도 사실상 전략적투자자를 확보한 것이나 다름없어 경쟁력 있는 원매자로 평가받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KB금융의 분위기는 최근 들어 정중동(靜中動) 이다.

KB금융 안팎에선 푸르덴셜생명에 베팅할 수 있는 심리적 마지노선을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최대 2조1천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는 오렌지라이프의 최근 주가순자산비율(PBR) 0.59배를 적용한 기업가치(1조8천500억원)에 2천500억원가량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 규모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푸르덴셜생명의 자산은 20조8천81억원. 앞서 자산규모 32조8천414억원의 오렌지라이프를 사들이는데 신한금융이 투입한 자금이 3조3천억원 수준인 만큼 그 이상의 가치를 반영하면 고가 인수 논란이 제기될 수 있어 KB금융에 부담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2조1천억원의 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최대치로 반영한 수준이라 실제로 KB금융이 적어낼 수 있는 가격은 2조원 근처가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사회의 문턱을 넘는 것도 관건이다. KB금융은 지금의 오렌지라이프가 된 ING생명을 한차례 인수하려다 사외이사들의 반대로 포기한 바 있다.

KB금융 이사회 관계자는 "최근의 금리시장 변화 등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무형의 가치를 고려해야겠지만 M&A에서 최우선으로 중요한 것은 가격이다. 윤 회장이 무리해서 사지 않겠다는 의사를 수차례 전달했다"고 말했다.

◇ 이중레버리지가 관건…후순위채 발행 '실수'일까

지난달 KB금융이 발행한 4천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두고 시장에서는 푸르덴셜생명에 대한 보수적인 베팅을 예고하는 전조로 읽기도 했다.

통상 후순위채는 신종자본증권에 비해 금리가 낮아 싸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발행사에 유리하다. 하지만 자본으로 인정되지 않아 출자여력을 나타내는 이중레버리지비율을 개선하는 데는 도움이 안된다.

지난해 말 KB금융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26% 수준으로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130%까지 4%포인트의 여력만 남겨두고 있다. 현재의 이중레버리지비율 하에서 KB금융이 조달할 수 있는 자금 여력은 8천억원 정도다.

출자 여력을 끌어올리고 싶었다면 KB금융은 후순위채가 아닌 신종자본증권을 선택했어야 했다. 후순위채 발행으로 0.61%에 불과한 보완자본(Tier 2) 비율은 개선되겠지만, 이중레버리지비율은 그대로다.

특히 상장사가 아닌 푸르덴셜생명이 현금 매각을 우선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1조4천억원 규모로 쌓인 자사주를 양껏 사용할 수 없는 KB금융 입장에선 출자 여력을 늘리는 게 급선무였다.

시장의 반응을 의식한 듯 KB금융은 최근 3천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로 했다. 후순위채를 발행한 지 한 달도 안 된 시점에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물론 2조원 수준의 자금 조달은 핵심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과 금융채만으로도 가능하다.

KB금융은 매년 7천억원에 육박하는 배당을 국민은행으로부터 받아왔다. 배당수익 중 주주배당을 제외하더라도 전체 자회사 배당 규모를 고려하면 지난해 배당에서만 6~7천억원 수준의 자금 마련이 가능하다. 여기에 최근 발행한 7천억원 규모의 실탄과 회사채 차입 등을 고려하면 1조8천억~2조원 수준의 조달을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배당과 금융채만 활용할 경우 이중레버리지비율이 130% 중반까지도 상승할 수 이어 추가적인 자본 확보가 필요하다.

IB업계 관계자는 "KB금융은 확실히 내부적으로 베팅하는 데 있어 심리적인 허들이 높다. 후순위채 조달은 보수적인 베팅, 또는 그만큼 조달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최근 시장금리가 급격히 내려가며 원매자들의 의지에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사모펀드에 유리한 상황이지만 결과를 쉽게 내다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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