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증시 충격파가 커지면서 증권사 주가연계증권(ELS) 헤지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미국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유로스톡스50지수 등이 추락하면서 선물옵션으로 거래한 ELS 관련 헤지 포지션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증거금 부족 사태가 일어나고 있어서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중소형 증권사들은 대부분 지난 홍콩 H지수 급락 사태 때 나타났듯이 외국계은행에 헤지를 맡기는 백투백 헤지를 하고 있지만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은 50% 이상을 자체 헤지하고 있다.

특히 삼성증권의 경우 100% 가까이 자체 헤지하고 있다. 해외지수 하락폭이 커질수록 매일 채워넣어야 하는 증거금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진다.

최근에는 한 헤지 규모가 큰 대형증권사가 지난 13일 다우지수 10% 폭락에 마진콜을 당했다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최근 미국다우지수와 S&P지수가 하루에 5~10%씩 뚝뚝 떨어지는 날이 잦아지면서 증권사에는 비상이 걸렸다.

유로스톡스50지수는 지난 12일 하룻동안 12.40% 폭락할 정도였다. 지수가 하루 5%대 급락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 밖에도 ELS 기초자산으로 많이 사용되는 닛케이225지수, 홍콩 H지수의 하락폭도 커 총체적 난국을 겪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자체헤지 비중이 높은 대형 증권사들은 주로 선물옵션과 같은 파생상품거래를 통해 ELS헤지를 하는데 기초자산이 해외물일 경우 환노출에 따른 리스크는 물론 시장이 빠지면 증거금을 채워넣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 13일 마진콜 우려가 컸는데 달러 펀딩 코스트가 높아지고, 증시 쇼크가 나면서 추가 증거금을 위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웠던 것"이라며 "지금은 스와프포인트가 올라 꽤 해소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기관의 경우 돈을 못갚으면 EOD(채무불이행) 상황이 되니 갑작스러운 플래쉬가 있으면 미리 긴장하고 대비한다"며 "원금 사이즈가 어마어마하게 커서 비용이 많이 들 뿐 담보를 급히 적립하고, 돈을 구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주가 지수 급락으로 원금 손실 구간으로 진입한 ELS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유로스톡스50지수는 이미 40% 가까이 폭락하면서 관련 ELS 상품이 원금 손실 위험에 노출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전일 15개 노녹인 ELS 상품에 대해 원금손실 위험을 고지했다. 기초자산인 EUROSTOXX50지수가 지난 16일 종가 기준으로 만기 수익상환조건을 밑돌았기 때문이다.

삼성증권도 유로스톡스(EUROSTOXX) 50 지수 관련 ELS가 최종행사가를 밑돌며 원금 손실 위험이 생겼다고 공지했다.

ELS 헤지를 하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녹인이 발생해 투자자의 손실이 확정되면 오히려 부담이 줄어든다. 반면, 녹인이 되지 않고 상환시점이 미뤄지면 증권사 손실은 커질 수 밖에 없다.

국내 증권사의 한 운용 담당자는 "녹인을 쳐서 손실이 나면 부담이 덜하지만 예를 들어 조기상환이 안되고 5차, 6차에서 상환되면 연 6% 줄 경우 3년에 18%라고 치면 증권사는 차액 13%를 손해보게 된다"며 "대형사들은 5조에서 8조원대로 ELS 헤지 규모가 커 상당한 리스크"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체적으로 달러 자산 품귀현상이 있어 담보로 달러 채권도 많이 주고받는데 이마저도 없어서 빌려서 내는 경우도 있다"며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어 시장 상황이 급격히 개선되지 않는 한 상당기간 어려울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궁지에 몰리면서 FX스와프시장에서 자금 조달 여건은 더욱 불리해지고 있다 .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신용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기 때문에 FX스와프 거래에서 은행이 가격을 나쁘게 줘도 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증시 급락세에 증거금이 소멸될 수 있으니 달러 바이앤드셀(달러 매수, 선물 매도)로 증거금을 넣어야 하는데 자금을 제때 넣지 않으면 당연히 마진콜을 당할 수 있는 위기가 생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VIX지수가 금융위기 때보다 고점이고, 증시 변동성이 너무 커 매일 증권사 추가 증거금이 생긴다고 보면 된다"며 "외환위기 때도 종금사들이 스와프로 달러를 조달하다가 막판에 은행이 신용라인을 끊으면서 만기 돌아오는 자금을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직접 매수해서 갚아야하는 상황이 있었다"고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리스크를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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