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중앙은행의 수난 시대
<뉴욕은 지금> 중앙은행의 수난 시대
  • 곽세연 기자
  • 승인 2020.03.1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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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연합인포맥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앞에선 '백약이 무효'였다.

세계의 중앙은행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3일과 15일 두 차례에 걸쳐긴급하게금리를 내리고양적완화(QE)를 발표했지만, 발표 다음 날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모두 급락했다. 각각 50bp와 100bp 인하라는 강력한 대책에다 얼마든지 돈을 풀겠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이주일 사이 일시 거래가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네 번 발동됐다.

일본은행(BOJ)과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부양책을 발표했지만, 다음 날 증시는 급락했다.

중앙은행들의 정책이 전혀 먹혀들고 있지 않다. 효과가 더딘 돈 풀기 부양 정책만으로는 시장의 패닉을 진정시키기 힘들다는 점만 확인했다. 코로나19가 진정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자포자기 상태도 엿보인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다른 위기다. 공격적인 통화정책은 경제 충격을 해결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ING 독일의 카스텐 브레제스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바이러스는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이외의 곳에서 발생한 위기다. 그래서 중앙은행의 손이 미치지 못한다. 공급 측면과 수요 측면의 붕괴가 전례 없이 결합한 전례 없는 위기다. 금융시장은 이런 불확실성에 반응하고 있다. 어떤 중앙은행의 조치도 근본 원인을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온갖 처방전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이 전혀 안정되지 못하는 건 연준에게는 더욱더 뼈아프다. 제로 금리를 시행한 만큼 앞으로 쓸 탄환을 남겨놓지 않고 너무 성급하게 움직인 거 아니냐는 지적에 반박할말이 없어졌다.

연준은 제로 금리, QE, 기업어음(CP) 매입, 단기 유동성 공급 등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썼던 대책을 총동원하고 있다.

특히 QE가 절대 아니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던 제롬 파월 의장은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QE를 선언했다. 'QE를 QE라 부르지 못하는 상황'이라던 월가의 조롱도 감내했던파월 의장도QE를 인정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말 한마디의 후폭풍을 경험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ECB 정례 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국채 간 수익률 스프레드 확대와 관련해 "수익률 스프레드를 좁히는 것은 ECB의 임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등 재정이 취약한 국가의 국채 스프레드가 확대될 경우 ECB의 대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하자 유럽 채권시장은 대혼란에 빠졌다. 이탈리아 국채수익률은 폭등했다.

라가르드 총재와 ECB는 이 발언 뒷수습에 나서야 했다. 회견 이후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유로 지역의 위기 상황에서 어떠한 분열도 피하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스프레드가 높아지면 통화정책 효과가 전파되는 데 악영향을 준다. 자산매입 프로그램에 부여된 유연성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도 이른바 '초보자의 실수'를 피해 가지 못했는데, 민감한 시기라 더 부각됐다. 초보자의 실수는 중앙은행 총재가 취임 초기 시장의 예민성을 고려하지 않은 조심성 없는 발언으로 시장에 충격을 주는 것을 말한다.

로버트 홀츠먼 오스트리아 중앙은행 총재 겸 ECB 이사는 ECB의 정책이 한계에 도달했으며,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불가능하다는 발언을 했다.

이후 홀츠먼 총재는 "ECB는 정책은 아직 한계에 도달하지 않았다"면서 자신의 발언을 수습했지만, 정책 여력 부족을 우려한 시장은 동요했다.

ECB는 홀츠먼 이사의 발언과 관련된 것이라고 명시한 성명서를 홈페이지에 발표했다. 이사회는 확산하는 코로나19의 경제적인 결과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할 것이며, 은행 시스템의 유동성 보호 등을 위해 필요하다면 ECB의 모든 정책 수단을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는 데 만장일치로 합의했다는 내용이다.

이제 전세계 중앙은행들에는 돈을 찍어내는 '헬리콥터 머니'만 남아있다는 말이 나온다. 헬리콥터 머니는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쓰고 그래서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많은 돈을 찍어내고 대중에게 분배하는 것을 포함한 마지막 형태의 통화 부양책을 말한다. 이는 중앙은행이 재정 정책의 보조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문제를 품고 있다.

오랜 기간 저금리가 이어진 탓에 가계와 기업 모두 부채로 조달한 자산을 보유하고, 레버리지도 키웠다. 자산 가격 하락은 가계나 기업의 재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위기로 경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보다 시장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이라는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설립자의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연준이, 전세계 중앙은행이 시장을 구해줄 것이라는 믿음은 현재로서는 두려움과 패닉에 압도돼 있다. (곽세연 특파원)

sykwa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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