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행장 안 보낸다"…증권·운용 등으로 확대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IBK투자증권 수장으로 외부인사를 영입하면서 전문성을 우선하는 인사 철학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윤종원 행장의 자본시장에 대한 육성의지를 담은 조치지만, 그간 자회사 최고경영자(CEO)는 임기가 끝난 집행간부의 몫이란 통념이 있었던 만큼 조직 내에선 적잖은 긴장감도 조성된 모습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투자증권 차기 대표이사로 서병기 현 신영증권 IB부문 총괄 부사장이 내정됐다. 서 내정자는 이달 27일 주주총회에서 정식 선임된다.

서 내정자는 헤드헌팅 업체가 고른 120여명의 후보군 중 한명이었다. IBK투자증권의 사내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이 중에서 5명의 후보군을 대상으로 깊이 있는 평가를 거쳐 2명의 숏리스트를 골랐다. 프레젠테이션 면접 과정에서 IB 부문의 역량 강화를 강조한 서 내정자는 면접자들의 몰표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IBK투자증권의 지분 83.86%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 기업은행, 기업은행을 이끄는 윤종원 행장의 의중은 단 하나였다. 확실한 자본시장 전문가 영입이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탄생한 IBK투자증권은 기업은행이 다른 은행들과의 경쟁에서 따낸 성과였다. 당시 씨티·SC제일은행 등도 종합증권업 신규 인가에 도전했으나 현재 명맥을 잇고 있는 곳은 기업은행뿐이다.

기업은행은 IBK투자증권 초대 사장으로 도이치증권 한국 부회장을 선임했다. 중소기업 전문은행이라는 특성을 살려 중소·벤처기업에 특화한 IB 업무를 주된 수익 모델로 육성했다. 이후 바통을 이어받은 이형승·조강래·신성호 전 사장 역시 업계의 내로라한 선수들이었다. IBK투자증권 사장의 임기가 만료될 때면 금융투자업계 전현직 CEO 다수가 자천타천으로 하마평에 올랐다.

그런 가운데 김영규 현 사장은 은행 출신 인사가 간 첫 사례였다. IB본부장을 지낸 그는 2015년 12월 은행에서 퇴임하고 제2서해안고속도로 대표이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지난 2년간의 성과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윤 행장은 자본시장에 좀 더 특화된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공모 형식으로 IBK투자증권 차기 대표를 선정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는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까지 검토하는 윤 행장이 그룹 차원의 자본시장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크기 읽히는 부분이다.

지난해 기업은행은 연결 기준 1조6천27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예대마진이 줄어들며 실적은 일 년 새 7.8%가 줄었다. 비은행계열 자회사에 힘입어 사상 최대실적 행보를 이어간 다른 금융그룹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성적표였다.

기업은행의 비이자수익 개선을 위해선 기업금융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과정에도 IB 부문의 네트워크와 역량은 절대적이다. 서 내정자의 영입은 IBK투자증권의 기업금융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계기임과 동시에 더 큰 자금력을 보유한 기업은행과 시너지 추구하는 포석인 셈이다.

이는 정책금융 기관이지만 시중은행과 경쟁할 수밖에 없는 기업은행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다.

윤 행장은 증권은 물론 자산운용 등 자회사 중 자본시장 역량이 필요한 곳이라면 CEO라도 외부 수혈을 마다하지 않을 생각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능력을 우선하는 윤 행장의 인사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라며 "은행에서 30년 가까이 일한 전문성도 우수하지만, IB 등은 또 다른 전문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윤 행장이 자본시장에 대한 관심이 크다"고 전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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