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신동빈 롯데지주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 자리까지 거머쥐면서 한국과 일본의 모든 경영권을 장악했다.

이로써 신 회장의 숙원 사업인 호텔롯데 기업공개(IPO)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걷잡을수 없을 만큼 커지면서 호텔롯데의 사업도 큰 타격을 받게 돼 당초 목표로 했던 올해 상장이 가능할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많아지고 있다.

19일 롯데그룹 등에 따르면 일본 롯데홀딩스는 전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신 회장을 회장으로 선임했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은 다음 달 1일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에 취임할 예정이다.

롯데홀딩스 회장직은 지난 1월 별세한 롯데그룹 창업주인 고 신격호 명예회장이 맡고 있다가 지난 2017년 명예회장으로 추대된 후 공석이었다.

신 회장은 2018년 2월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가 지난해 2월 다시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어 회장 자리까지 오르면서 한국과 일본 롯데 경영을 모두 책임지게 됐다.

신 회장이 한일 롯데 경영권을 모두 확보하면서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벌여왔던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마침표를 찍게 됐다.

다만, 코로나19라는 변수는 신 회장의 행보에 적잖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하면서 호텔롯데 실적이 큰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호텔롯데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면세점 사업 부문의 수익 악화로 호텔롯데의 기업가치는 크게 하락했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지난해 면세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시 휴점, 단축 영업 등이 이어지면서 3월 매출은 80% 가까이 급감할 것으로 시장은 추정하고 있다.

매년 15% 이상 성장해온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역성장으로, 당분간은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실적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호텔롯데 상장은 롯데그룹 지배구조 재편의 마지막 퍼즐이다.

신 회장은 상장 성공을 통해 '뉴롯데'를 완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해 말 임원인사에서 호텔·서비스 BU장이었던 송용덕 부회장을 롯데지주 공동대표에 선임하고, 그룹 재무통인 이봉철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을 호텔·서비스 BU장에 임명하면서 호텔롯데 상장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바 있다.

지난 19일 신격호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신 회장이 원톱 체제를 굳히기 위해 호텔롯데 상장을 서두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호텔롯데 상장은 롯데를 둘러싼 일본 기업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마지막 단추로 여겨진다.

신 회장은 2015년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을 겪은 이후 일본 롯데와 지분 고리를 끊는 데 주력했다.

롯데지주 지분 11.1%를 보유하고 있는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와 그 관계사가 지분의 99%를 가지고 있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을 낮추고 지주 내 편입함으로써 일본 롯데와의 종속 관계를 끊으려 하고 있다.

호텔롯데와 롯데지주와의 관계 정리는 롯데그룹 지배구조 정리의 핵심이자 신 회장의 롯데그룹 내 지배체제가 공고화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호텔롯데는 지난 2016년 한 차례 상장을 시도했지만 경영권 분쟁, 검찰 조사 등으로 무산된 바 있다.

당시에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해 실적이 부진했던 점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실적 개선이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롯데는 올해 하반기 호텔롯데 상장을 계획하고 있었다.

하지만 2월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가 터졌고, 세계보건기구(WHO)의 세계적 대유행(팬더믹) 선언과 전세게적으로 국가 비상사태 선언 등 전 세계로 확산했다.

국내 증시도 폭락하면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롯데호텔은 현재 공실률이 90%에 육박하며 최근 임원을 대상으로 3개월간 급여 10% 반납, 직원들의 유급휴가 등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호텔롯데 실적은 IPO를 위한 든든한 기반 중 하나인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예상만큼 공모가격이 나오지 못할 수 있다"면서 "호텔롯데 상장이 더 미뤄질 경우 여전히 롯데지주의 지배구조가 불완전하게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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