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커미티드라인·고(高)유동성 외화자산 확대 주문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손지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확산하며 전 세계 기업의 달러자금 수요가 커지면서 국내 은행권도 외화 유동성 관리에 비상등을 켰다.

한국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와 6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며 한 숨을 돌린 상태지만, 금융당국은 외화자금 비축을 당부하며 만약의 상황에 대비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23일 금융당국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국내 은행의 외화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고 보면서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외화자금 상황을 밀착 모니터링하겠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의 외화자금 상황 모니터링과 스트레스테스트 등 비상 대응체계 가동을 당부한 상황"이라며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조절하고 있어 전반적인 유동성에 문제가 있는 수준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일 단위로 외국인 자금동향을 점검하며 외화자금에 대한 모니터링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 은행은 외화 유동성 비상대책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며 추가적인 유동성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시중은행은 '커미티드 라인(Committed Line)'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금융위기 발생에 따른 유동성 부족 사태에 대비해 일정액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자금을 우선 공급받을 수 있는 권리다. 일종의 외화자금의 '마이너스 통장'으로 미리 약정한 한도와 환율로 외화를 빌려올 수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0월 크레디트스위스(CS)와 맺은 약정을 포함해 총 12억달러 규모의 커미티드라인 약정을 맺었다. 국내 시중은행 중 최대 규모로 이중 절반가량은 달러로 조달할 수 있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8억달러 규모의 커미티드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BNY멜론과 소시에테 제네랄(SG), 크레디트아그리꼴(CA) 등 다수의 기관이 이름을 올렸다.

농협은행은 SG와 5천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은 상태로 최근 추가적인 달러 기반 커미티드 라인 확보에 나섰다.

기업은행과 하나은행은 별로의 달러 기반 커미티드라인 약정이 없다. 다만 하나은행은 과거 외환은행과 합병한 만큼 외화 예수금이 상대적으로 충분한 상태다.

커미티드라인보다 구속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시중은행은 '플랜 B' 성격의 크레디트라인도 보유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70억달러, 기업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15억달러와 12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해뒀다.

한 시중은행 외환담당 부행장은 "최근에는 크레디트라인보다 커미티드라인 확보를 당국에서도 우선하고 있지만, 지금 같은 유사시의 경우엔 가리지 않고 외화를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 두는 것이 좋다"며 "외화 예수금도 꾸준히 늘려온 만큼 당장 외화 유동성 불안에 직면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형 시중은행 4곳(신한·국민·하나·우리)의 외화예수금(해외법인 포함)은 현재 570억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다만 외화채권 발행은 녹록지 않다. 국민은행은 내달 이후 외화채를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른 은행의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해 하반기 달러채 만기 연장에 성공했지만, 올해 상반기 외화채 발행 계획은 사실상 철수한 상태다.

한 시중은행 자금담당 부장은 "커미티드 라인 확보와 더불어 외화채 발행도 병행하면 좋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역부족"이라며 "환율 폭등으로 현 수준의 비용을 써가며 외화채를 발행하는 것은 마이너스다. 수시로 발행을 타진해보겠지만, 코로나19로 기업설명회(IR)도 어려워 투자자를 모집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외화 유동성 자체는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은 우선 수출입 기업에 대한 자금 조달에 신경 써 줄 것을 은행에 주문한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장 상황 자체가 비상이라 외화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외화 예수금이 추세적으로 증가하는 등 안정적으로 유동성이 관리되고 있다. 은행마다 차이는 있지만 LCR 비율도 큰 문제가 없어 수출입기업에 대한 외화자금 공급을 부족함 없이 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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