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조원태가 경영하면 3년 내 망한다고 말해"

"대한항공 살리기 위해 자금 끌어와 2조원대 증자 추진할 것"

"조원태 경영실패 결과는 직원들 저임금과 희생"


 

 

 

 

 

 


(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업금융부장·정원 기자 = 한진그룹 경영권 향방이 채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성(城)을 굳건히 지키려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그에 맞선 3자 주주연합의 막바지 공격이 치열하다.

이번 싸움의 한 축이자 3자 주주연합의 주력군인 사모펀드 KCGI의 강성부 대표를 한진칼 주주총회를 일주일 앞둔 지난 20일 여의도 KCGI 사무실에서 만났다.

강 대표는 양측간 박빙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터라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해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솔직히 진짜 모르겠다"는 말로 주총 결과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작년 말 주주명부 폐쇄 시점을 기준으로 조원태 회장이 확보한 것으로 파악되는 우호지분은 약 37.95% 정도다.

3자 주주연합이 확보한 것으로 추정되는 우호지분은 34.19% 수준으로 조 회장 측에 다소 뒤진다.

강 대표는 그러면서도 주총에서 승리해 조원태 회장의 연임을 저지하고, 한진그룹 지배구조를 정상화하는 동시에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을 '정상 기업'으로 되돌려 놓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조원태 회장 측에 맞서 3자 주주연합의 한 축이 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한 세간의 의구심에 대해선 더는 의심을 할 필요가 없다고 확언했다.

특히 주총에서 3자 연합이 승리하더라도 조 전 부사장의 경영 참여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일어날 수도 없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설사 조 전 부사장을 포함해 3자 연합이 경영 참여에 대한 욕심을 부린다면 전 재산을 모두 내놔야 할 정도로 '막대한 재산상 손실'을 보게 하는 강력한 페널티 조항을 주주간 계약서에 못 박아놨다고 소개했다.

강 대표는 조 전 부사장이 조원태 회장 측과 건널 수 없는 강을 이미 건넜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조 회장의 경영실패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강하다고 전했다.

강 대표는 주총에서 승리한다면 이미 추천한 전문경영인들이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모든 의사결정을 할 것이라며 전문경영인 체제가 한진그룹 정상화의 첫발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대한항공의 재무와 경영 정상화를 위한 일단의 계획도 밝혔다.

한진그룹 내 유휴 자산의 매각을 추진하고, 외부의 투자도 끌어와 대한항공 중심의 견실한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이를 위해 2조원대 유상증자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3자 주주연합에 비우호적인 입장을 보이는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직원들에 대해서는 조원태 회장의 경영실패로 저임금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자신들이 싸움을 벌이게 된 명분을 언젠가는 알아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음은 강성부 대표와의 일문일답.

--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주주총회에서 이길 것으로 자신하나.

▲ 솔직히 진짜 모르겠다. 국민연금이 저쪽(조원태 회장 측)으로 돌아서면 일단 불리하다. 그게 하나 있고, 또 법원에 가처분 소송이 여러 개 걸려 있다. 반도건설 지분 일부와 대한항공 사우회·자가보험 지분의 의결권을 제한해 달라는 가처분 소송 등이다. 일단 우리가 유리하다고 본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부분적으로라도 승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사우회와 자가보험이 가진 지분은 총수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쓰고 관리되고 있었다. 지금까지 의결권도 저쪽을 위해 사용했다. 팀장과 본부장, 부사장, 사장 등까지 총 5개의 도장이 찍힌 증거 문서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공동보유자로 묶어서 공시해야 했다. 그 절차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 주주총회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 1만주 이상 지분을 가진 주주가 120명 이상 계신 데 모두 만나보려고 한다. 우리의 진의가 왜곡되고 있다는 얘기들도 있어 억울한 마음도 있다. 의결권 자문기구들도 저쪽 편을 들고 있는데 조원태 회장 재선임에 대해 방점을 둔 분석과 이유를 보면 참으로 터무니없다. ISS는 한진칼의 업종을 항공업으로 분류해 놓고 델타항공과 친하니까 찍어줘야 한다는 논리까지 대고 있다. 정말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 조현아 전 부사장과 손을 잡은 것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하다.

▲ 작년 말 그쪽 집안에서 '크리스마스 테러'가 있었는데 속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조 전 부사장 입장에서는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래서 우리 쪽과 같이 해보자고 제안을 했다. 물론 우리는 상식선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래서 우리도 몇 가지 조건을 제시한 것이다.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얘기했고, 절대로 경영에 참여하면 안 된다고도 했다. 그 조건에 확답하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면 같이 하겠다고 했다. 사실 도장을 안 찍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결국 다 받아들였다.



-- 조 전 부사장이 절대로 경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주주 간 계약서까지 공개했지만, 여전히 믿지 않는 분위기도 있다.

▲ 계약 내용을 구체적으로 모두 밝히긴 어렵지만, 페널티 조항을 세게 걸어 놨기 때문에 지키지 않을 수 없게 돼 있다. 경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막대한 재산상 손실을 보게끔 계약이 돼 있다. 절대로 배신이 불가능한 구조다.



-- 막대한 재산상 손실이라는 게 어떤 의미인가.

▲ 전 재산 다 내놔야 한다고 보면 된다. 계약서를 보면 솔직히 서로에게 치사할 정도의 얘기들도 많이 들어가 있다. 그만큼 제한 장치들을 많이 뒀다는 것이다. 의심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이번에 우리가 전문경영인으로 내세운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도 조 전 부사장이 경영에 복귀하면 바로 때려치운다고 했을 정도다. 재산 다 뺏길 각오가 아니라면 그런 행동(경영 참여)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 조 전 부사장은 왜 같이하자고 했나.

▲ 초기에 제안 들어왔을 때 조 전 부사장의 진의가 의심스러워 직접 물어봤다. "쟤(조원태 회장)가 경영하면 안 된다. 3년 내로 망한다"고 하더라. 가족인데 가장 잘 알지 않겠나.



-- 조원태 회장의 경영실패 얘기를 자주 한다.

▲ 조 전 부사장의 말에 저도,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도 비슷하게 생각한다. 특히 조 회장이 항공기 발주를 하는 것을 보고 분명하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부채비율을 줄여야 하는 상황인데 여전히 상황 분석이 안 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작년 6월 프랑스 에어쇼에 가서 11조5천억원어치 보잉사 항공기 30대를 사겠다고 발주를 넣고 왔다. 부채비율을 줄이겠다는 비전을 발표해 놓고 11조원 넘게 항공기를 사겠다면 그게 제정신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없었더라도 항공업은 쉽지 않다. 인구도 줄고 있고 새로운 저비용항공사(LCC)도 등장하고 있다. 혜안이 있는 경영자라면 그러한 매크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게 전혀 없다. 지배구조 정말 중요하다. 지배구조는 결국 의사결정 구조인데, 수없이 반복되는 의사결정이 기업가치 증대에 부합하게 하는 시스템인지 아닌지가 중요하다. 이것만 제대로 돼도 결국 회사는 좋아진다. 과거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제일 좋은 방법은 경영을 잘하는 것이다"라고 저한테 얘기한 적도 있다.



-- 항공기 도입 계획을 경영실패 사례로 언급하는 이유는.

▲ 뭔가 사심이 있다고 의심하기 때문이다. 한진그룹과 가깝다고 생각하는 델타조차도 보잉 항공기 20대 발주를 취소했을 정도다. 델타가 취소한 것을 대한항공은 왜 살까 이상하다 생각했다. 그런데 델타가 발주를 취소한 직후 한진칼 지분을 10% 샀다고 하더라. 경영권 방어 대가로 뭔가 오고 간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 델타는 태평양 노선이 취약하다. 또 델타는 기령도 30년 가까이 될 정도로 길다. 코드셰어(편명 공유)하면 남 좋은 일만 해주는 것인데, 델타와 대한항공 같이 조인트벤처를 하면 손님을 소개해준 쪽이 이익의 반을 가져간다. 델타 손님들 입장에서는 같은 돈 내고 대한항공의 좋은 비행기를 타게 되는 셈이다. 델타 입장에서는 계를 타게 된 것과 같다.



-- 재무 부실에 대해서도 계속 지적하고 있는데.

▲ 대한항공의 자산 규모는 27조원이나 되는 데 장부상 자기자본은 2조7천억원에 불과하다. 이 중 1조800억원이 영구채권이다. 영구채권은 사실상 고금리 차입금이다. 올해 12월에 3천334억원어치의 만기가 돌아온다. 금리가 지금 6.88%다. 그런데 12월이 되면 스텝 업 조항 때문에 금리가 5%가 더 붙는다. 이걸 안 갚고 어떻게 배길 것인가. 영구채권의 평균 금리가 5.7% 정도 되더라. 이자 비용 절감했다는 것도 모두 거짓말이다. 신용평가사도 영구채권을 모두 차입금으로 분류해 신용등급을 평가한다. 작년에도 5천억원대 손실을 냈는데 예전에 손실로 떨구던 비품 같은 것들의 감가상각 기간을 늘려 자본화했다. 2천억원 정도 된다고 들었다. 실질로 보면 7천억원 손실 난 것이다. 궁여지책인 셈이다. 작년에 대한항공 회사채가 두 번이나 미매각이 났다. 엄청난 시그널이다. 미매각이 한 번이라도 나면 시장에서는 그다음부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렇게 되면 결국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으로 가야 될 상황이 온다. 산업은행이 바보가 아니다.



-- 주주총회에서 승리한다면 대안이 있나.

▲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깨달아야 한다. 팔 수 있는 자산을 최대한 많이 매각해야 하고, 한진칼 산하의 계열사와 부동산 등도 팔아서 대한항공을 살려야 한다. 대한항공에 증자를 해줘야 한다. 자본에 대한 완충 장치를 만들어 놔야 내년에 돌아오는 4조원의 시장성 차입금도 끌 수 있다. 증자해야 회사채가 찍히고 은행에서도 신규 자금을 받을 수 있다. 그게 제일 우선이다. 우리가 1조원 정도 만들면 시장에서 2조원 정도 조달할 수 있다. 그러면 충분히 증자할 수 있다. 못해도 2조원 정도 증자하면 좋아질 수 있다. 괜찮은 사업의 경우 프리 IPO(기업공개) 등을 통해 마이너리티 지분을 매각해 자금을 끌어 올 수도 있다. 항공우주 사업본부 같은 우수한 사업은 키워야 한다.



-- 주주총회 이후 역할은 어떻게 되나.

▲ 주주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은 변함이 없다. (주총에서 승리한다면) 전문 경영인들이 알아서 다 할 것이다. 물론 주총에서 누구도 이기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 양측에서 추천한 인사들이 이사회에 섞여 있을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더 잘 될 수도 있다고 본다. 김신배 전 부회장도 그렇고 저쪽에서 추천한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도 그렇고 누구 눈치를 보고 할 분들은 아니지 않나. 그리고 3자 주주연합은 주총 이후에도 굉장히 오랫동안 각자 보유한 지분을 정리할 수 없다. 새롭게 합의가 되지 않는 한 누구도 지분을 못 빼게 해 놨다. 권홍사 회장도 살아계시는 동안은 아마도 못 빼실 것 같다(웃음).



-- 델타항공에 보유 지분을 블록딜로 모두 넘기라고 제안을 했는데 어찌 될 것 같나.

▲ 델타가 추가로 지분을 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지분 15%를 넘기면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심사도 신청해야 할 테고. 우리의 제안에 대해 델타 이사회가 논의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 한진그룹 직원들이 3자 주주연합에 우호적이지 않은데.

▲ 진심을 계속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인위적 구조조정은 할 생각도 없다. 대한항공의 경우 글로벌 항공사들과 비교해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거의 30% 가까이 낮다. 임금이 짠 항공사라는 얘기다. 문제의 근원은 직원들 인건비가 아니라 톱 매니지먼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항공기 대수는 50% 가까이 늘었는데 승무원 수는 거의 안 늘었다. 직원들을 쥐어짜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도 직원들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직원들도 결국 우리의 진심을 알아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는.

▲ 정의가 언제나 승리하는 것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승리한다고 생각한다.

pisces738@yna.co.kr

jw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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