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구 신임 부사장 경영관리 '키맨'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신한금융지주가 서열 1, 2위 경영진 교체를 통해 신한금융투자 체질 개선에 착수했다.

조용병 회장 취임 이후 경영의 최우선 키워드로 고객을 강조했던 신한금융이지만 신한금융투자가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과 라임자산운용 사태에 연이어 휘말리면서 경영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지난 20일 이영창 전 대우증권 부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내정했다. 김병철 사장은 최근 현안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임했다.

김 사장은 신한금융에서 외부 출신도 자회사 최고경영자(CEO)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첫 사례였다. 자본시장 전문가 육성을 강조해온 조용병 회장의 김 사장에 대한 신임도 남달랐다.

신한금융은 김 사장의 용퇴를 두고 이례적으로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독일 헤리티지 DLS와 라임 사태의 발단은 앞서 강대석·김형진 전 사장 시절 벌어진 일이다. 하지만 CEO의 무게는 무거웠고, 사태가 발생한 시점에 경영을 총괄한 김 사장은 앞선 수장들 대신 물러나야 했다.

신한금융은 이번 사태의 불을 끌 소방수로 이영창 사장을 영입했다. 과거 금투업계 인재 사관학교로 불려온 대우증권에서 25년간 몸담은 베테랑 인사다.

이 사장과 함께 눈길을 끈 것은 신한금융투자 부사장으로 내정된 한용구 본부장이다. 신한금융에서 원신한 전략팀을 이끌며 그룹 내 자회사 간 협업을 주도해온 한 본부장은 올해 연말 인사에서 유력한 부행장 후보군으로 손꼽혀온 인물이다. 신한은행 재직 시절 인사부와 글로벌사업부, 동경 지점을 거쳐 SBJ은행에 근무해 진옥동 신한은행장과의 연도 깊다.

한 본부장의 이번 인사는 조 회장이 직접 발탁했다는 후문이다. 신한금융투자의 인사를 중심으로 한 경영관리 전반을 총괄할 예정이다.

인사를 담당할 부사장 인사에 신한금융투자 내부에서도 적잖이 긴장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그간 인사 담당 그룹장이 공석이다 보니 조직관리에 허점이 있다고 (지주가) 판단한 것 같다"며 "이번 사태가 인재(人災)라는 점을 차치하고 조직의 문제가 된 부분을 도려내고자 지주의 임원을 내려보낸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미 조직개편은 시작됐다. 신한금융투자는 금융상품의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상품감리부를 신설했다. WM 그룹 산하 IPS 본부는 독립적으로 운영키로 했다.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 인력이 참여하는 투자상품선정위원회도 확대했다.

곳간 관리도 재정비한다. 신한금융투자는 내달 독일 헤리티지 DLS 투자자의 투자금 절반을 가지급한다. 전체 판매액 3천799억원 중 1천899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 11일 연합인포맥스가 단독 송고한 '"썩은 사과 팔았다"…신한, 헤리티지 투자자 구제한다' 제하의 기사 참고)

신한금융은 이를 위해 신한금융투자의 배당 2천억원을 보류했다. 사실상 투자자에게 지급할 배상금을 그룹 차원에서 마련한 셈이다.

배당이 보류되면서 투자자에게 공급할 유동성은 마련됐지만, 문제가 된 부동산 DLS와 관련한 부채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순자본비율(신 NCR), 위험가중자산(RWA)이 악화할 수 있다. 그룹의 건전성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실적도 문제다. 판매사로서 신뢰를 잃은 WM 채널에서 금융상품을 팔기는 녹록지 않다. 이를 고려해 신한금융은 올해 신한금융투자 리테일부문의 손익목표를 면제했다. 다만 전체 손익목표는 변동이 없는 만큼 당분간은 GMS와 GIB 등 그룹의 사업 부문에 의존해 실적을 내야 한다.

다행히 지난해 초대형 IB 진출을 이유로 수혈받은 6천600억원 덕에 투자 여력은 늘었다. 현실적으로 단기간 내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기는 요원해진 만큼 늘어난 자본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올해 경영 성과가 달라지게 됐다.

사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증자를 단행하며 경영개선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통해 신한금융투자 경영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악재를 만나며 사업 계획에 대한 전면 수정과 강도 높은 관리가 불가피해졌다.

그간 자회사별 1등 전략을 강조한 조 회장에게도 신한금융투자는 숙제가 됐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우선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라는 게 조 회장의 뜻"이라며 "신임 경영진이 선임되면 책임경영 차원의 개선에 속도가 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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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8시 57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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