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달러 품귀' 현상으로 달러-원 환율이 급등하면서 환헤지 정책에 따라 연기금과 공제회 사이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완전히 환오픈을 한 연기금은 변동성 확대 속 외환 평가이익을 보고 있지만, 환헤지를 하는 연기금과 공제회들은 평가이익을 얻기 힘들고 환헤지 비용이 커져 이중고를 겪는 상황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올해 초 1,150원 수준이었으나 최근 1,300원 선 가까이 급등했다.

한국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6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해 급한 불은 껐으나, 시장 변동성 확대 속 달러 수요 확대는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

해외투자 비중이 늘면서 연기금들은 포트폴리오 변동성 축소와 비용 절감을 위해 환헤지를 지속해서 풀기 시작했다.

협소한 국내 외환시장에서 현실적으로 환헤지를 하기 힘든 국민연금의 경우 지난해 말까지 해외채권 환 헤지 비율을 0%로 낮추면서 모든 자산에 대해 환헤지를 하지 않고 있다. 사학연금은 올해부터 해외 채권에서도 환헤지를 하지 않기로 결정해 주식과 대체투자를 포함해 전 자산에 걸쳐 환오픈을 하게 됐다.

공무원연금의 경우 해외 주식을 환오픈했고, 공제회들은 전반적으로 환헤지를 하고 있으나 현재 외환 정책 연구 용역 등을 진행해 외환 정책을 재검토하는 추세다.

주식 등 위험자산과 달러화의 초과수익률 방향이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높아 환오픈으로 위험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주식 수익률이 곤두박질쳤으나, 달러-원 환율은 폭등해 시장 급변동 상황에서 극명하게 환오픈 효과가 나타났다.

연기금과 공제회 해외투자 수익률과 성과평가는 원화 환산 기준으로 이뤄지는데, 환율 상승세가 이어지면 환이득이 발생한다.

100% 환오픈을 과감하게 결정한 연기금은 위험 분산 효과를 그대로 누리게 됐으나, 환헤지를 진행하고 있는 연기금과 공제회는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달러와 원화 간 환헤지에서 스와프 마이너스(-) 확대로 비용이 늘어나는데, 해외 자산 평가금액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환헤지를 다시 푸는데도 비용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달러-원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환 평가이익도 환헤지를 하면 포기해야 해 잃을 것이 많아졌다.

연기금 관계자는 "코로나19가 금융위기에 비견될 정도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데, 위기 시 주가는 하락하지만 달러-원 환율은 급등해 환오픈시 자동으로 위험이 상쇄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자산운용부 홍경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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