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뉴질랜드 금리 급락 속 韓금리는 급등

"트리플 약세 막으려면 한은·금융당국 강력한 대책 내놓아야"



(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이 채권시장안정펀드 등 시장 안정화 정책을 잇달아 내놓았음에도 금융시장은 트리플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08년 위기 당시 효과적인 대책으로 평가받았던 채안펀드와 채권담보부증권(P-CBO)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했지만, 기업어음(CP) 금리가 계속 급등하는 등 시장참가자들의 심리 안정에 역부족이다.

시장참가자들은 2008년 당시보다 현재가 더 큰 위기상황이라는 점을 들어 한은과 금융당국이 보다 더 강력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단기자금시장의 자금 경색을 막을 수 있는 카드가 빨리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23일 연합인포맥스 국가별 정부채금리 종합(화면번호 6543) 등에 따르면 이날 호주 10년물 금리는 12bp 하락한 0.9325%에 거래되고 있다. 개장 전 채권매입을 발표한 뉴질랜드 10년물 금리는 50.93bp 급락한 0.9738%를 나타냈다.

반면에 한국 10년물 금리는 전장 대비 10bp 오른 1.7330%에 거래되고 있다. 현재 거래가 진행 중인 아시아 금융시장 중에서 금리가 상승한 국가는 한국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이 유일하고 상승 폭도 상당히 큰 편이다.

채권시장은 현재 위기를 완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을 꼽았다.

금융당국은 지난주 1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P-CBO도 가동하기로 했다.

당국의 대응에도 채권시장이 진정되지 못하는 건 정책 효과에 시장이 의구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증권사의 채권 보유 잔액은 73조9천억원에서 2019년 193조6천억원으로 급증했다. 증권사뿐만 아니라 은행, 자산운용사 등 금융기관의 채권 보유 규모는 큰 폭으로 늘었다.

당시와 시장 상황이나 규모가 많이 달라졌지만, 위기 대응책은 제자리걸음인 셈이다.

금리가 하락한 호주나 뉴질랜드 등 다른 국가들은 중앙은행이 양적 완화를 시행하는 등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고 있다.

호주 중앙은행은 일찍이 기준금리를 0%대로 낮췄고, 지난 19일에는 0.25%까지 인하했다. 또 자금시장에서 127억 호주달러(9조2천억원 상당)를 자금시장에 투입했다. 뉴질랜드중앙은행도 300억 뉴질랜드달러(21조8천억원 상당)의 국채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은행도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지난 20일 1조5천억원 수준의 국고채 단순매입에 나섰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나 유럽중앙은행(ECB)의 채권매입 규모뿐만 아니라 호주나 뉴질랜드 등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턱없이 작은 규모다.

당국의 미온적인 행동이 원화채 금리 급등을 막지 못하는 이유라고 시장참가자들은 분석했다.

한 채권시장 참가자는 "채권시장 흐름만 보면 다른 국가와 달리 한국만 위기 상황인 듯하다"며 "다른 국가들은 당국이 적극적으로 진화에 나서지만 한국은 흉내만 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채권시장 참가자 역시 "아시아 금융시장에서 한국 국채는 위험자산으로 평가받는 중"이라며 "위기에서는 중앙은행의 역할이 그 나라 채권의 위상을 결정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측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주 국고채 단순매입으로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한 데 이어 필요할 경우 추가 액션에도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주 국고채 단순매입을 했고 금융시장의 자금 사정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CP 시장이 기업의 자금 조달 위기로 전이될지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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