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하나금융지주가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등급 대비 높은 금리로 기업어음(CP)을 발행했다. 최근 단기자금시장 경색 등으로 자금 조달이 급한 증권사쪽 니즈가 아니겠냐는 분석이다.

24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19일 CP 61일물 900억원, CP 91일물 100억원 규모를 연 1.52% 금리로 발행했다.

하나금융지주 입장에서는 지난 2018년 9월 마지막 발행 이후 올해 처음이다. 해당 금리는 AAA 신용등급의 지주사라는 점과 짧은 만기를 생각했을 때 높은 편이다.

이번 하나금융지주의 CP 금리에는 연 1.71% 금리로 들어온 것도 있었다. 채권업계에서는 선매출로 1.52%라는 높은 금리로 CP 발행했음에도 남은 잔액을 1.71% 금리의 당일 발행물로 급히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채권평가업계 관계자는 "현재 CP시장 상황이 안 좋아 발행이 많지 않고 CP 발행을 하더라도 금리가 굉장히 높게 들어오는데도 매매가 잘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지주가 CP 발행에 우호적이지 않은 시점에 발행한 것에 대해 시장전문가들은 증권사의 필요한 운용자금일 것으로 추정했다. 증권가에서 증권사의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인식으로 CP 발행이 무산되는 경우도 벌어지고 있어 신용등급이 더 높은 지주사를 통해 자금조달을 시도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증시 충격파가 커지면서 증권사 주가연계증권(ELS) 헤지 포지션에서 증거금 부족 사태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투자 또한 해외주가지수 급락 등으로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한 ELS가 급증했다. 하나금융투자가 홈페이지를 통해 세계 증시 주가 급락 등으로 원금 손실 가능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투자자에게 공지한 ELS 상품은 28개다.

여기에 더해 투자은행(IB) 관련한 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점도 증권사 쪽 단기자금 조달 유인이 됐을 것이라 분석했다.

현재 증권업계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식시장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이다. 특히 코로나19 충격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 기존에 해외IB 투자에 나섰던 부분에도 리스크가 커질 수 있어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이태훈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하나금융지주의 CP 발행은 증권사에서 ELS 관련 마진콜이나 IB 관련 딜 부진으로 단기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유인이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며 "은행의 경우는 CP를 발행할 바에는 한국은행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해 자금 조달하는 게 더 낫다"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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