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사상 처음으로 회사채 시장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입키로 한 것에 대해 월가는 대체로 환영할 만한 조치라면서도 단기간에 자금 유출 흐름을 억제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연준은 23일(현지시각) 중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고자 사실상 '무제한 양적완화(QE)'를 선언하며 회사채 ETF도 매입대상으로 삼는다고 발표했다.

연준은 발행시장에선 4년 한도로 브릿지론을 제공하며 투자적격등급 우량 회사채 및 ETF 시장을 지원하기 위해 유통시장에도 개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를 시장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CFRA의 토드 로젠블루스 ETF 및 뮤추얼펀드 분석 총괄은 "연준의 조치는 채권시장과 ETF 시장에 다급한 유동성을 제공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FHN파이낸셜의 크리스 로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의회가 싸우는 동안에 연준은 무언가를 계속해낸다"며 연준의 시장 안정 조치를 반겼다.

TS롬바르드의 스티브 블리츠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회사채 ETF 매입에 나섰다는 것은 팔고 싶을 때 매입자를 구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연준은 시장의 양측을 모두 취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자산을 팔아 현금을 확보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연준이 채권 ETF를 활용하는 이유 중 큰 부분은 개별 채권은 개별 주식보다 매입하기가 더 힘들기 때문이다.

로젠블루스는 "ETF는 한 번의 거래로 수천개의 채권에 영향을 미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연준의 회사채 ETF 매입은 최근 기록적인 자금 유출로 혼란을 겪었던 ETF 생태계 전반에 안정을 제공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 투자적격등급 회사채 펀드 중 하나인 '아이쉐어즈 아이복스 달러 투자적격등급 회사채 ETF( iShares iBoxx $ Investment Grade Corporate Bond ETF·LQD)'는 이번 폭락 장에서 하루에 기존에 공시된 가격보다 약 5% 급락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는 누구든 이 펀드를 팔고 싶어하는 사람은 그들이 예상한 가격의 약 95%를 받게 된다는 뜻이다.

연준처럼 힘이 강력한 시장 안정 기관은 이런 충격을 완충하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연준의 ETF 매입 발표 후 LQD와 뱅가드의 중기 회사채 펀드(VCIT)는 각각 약 6%와 5% 상승했다.

반면 ETF 분석기관 ETF닷컴의 데이브 나디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준의 개입이 채권 ETF 시장 마주한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당장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ETF 발행기관이 채권 가격을 산정할 때 제3의 채권 평가 기관에 의존하게 될 것이며 이는 정상적인 환경에서 거래가 자주 일어나지 못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로젠블루스는 현재 매매 환경은 거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모든 것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어 공정 가치를 산정하기가 어렵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는 채권 펀드의 자금 유출 흐름은 ETF가 주도하고 있다며 연준의 개입에도 단기적으로 ETF의 자금 유출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회사채 시장은 여전히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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