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국제유가 급락으로 직격탄을 맞은 정유사들이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급여 반납과 희망퇴직 시행 등을 통해 고정 비용을 줄이는 허리띠 졸라매기 경영에 나서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24일 코로나19 확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강달호 사장을 비롯한 전 임원의 급여 20% 반납과 경비예산 최대 70% 삭감 등 불요불급한 비용 전면 축소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비상경영체제를 시행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사장은 지난해부터 비용 절감과 수익개선 방안을 강구하는 비상회의를 매주 주재하고 있다.

이에 앞선 지난달 에쓰오일은 퇴직금 외에 최대 60개월 치 기본급과 학자금 추가 지급 등을 조건으로 희망퇴직 설명회를 열었다.

에쓰오일이 희망퇴직 시행에 나설 경우 1976년 창사 후 처음이다.

SK에너지와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이 속한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주요 계열사들이 참여하는 비상경영회의를 준비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정유사들이 이처럼 비상경영에 나선 것은 실적이 급감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개월간 실적 전망치를 발표한 6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컨센서스를 실시한 결과,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 5천550억원, 에쓰오일은 3천595억원의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관측됐다.

실제로 정유사 실적을 좌우하는 국제유가는 연일 급락하고 있다.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23일(미국 현지시간) 배럴당 23.36달러에 거래가 마감됐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이란 공습에 따른 중동 정세 악화로 한때 국제유가가 60달러 선으로 상승하기도 했으나 산유국 증산과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급감으로 20달러 선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내려왔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이에 연동된 정제마진도 이달 셋째 주 들어 배럴당 마이너스(-) 1.9달러로 마이너스 구간에 접어들었다.

정제마진 급락으로 원유를 석유제품으로 정제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 된 것이다.

국내 정유사들도 이에 따라 고육지책으로 가동률 낮추기에 나섰다.

국내 1위 사업자인 SK에너지는 이달부터 가동률을 기존 100%에서 10∼15% 낮췄고 현대오일뱅크도 가동률을 약 90% 수준으로 조정했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은 아직 공장을 정상 가동 중이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가동률 하향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유사들은 실적 급감에 맞서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한편 신사업 추진으로 성장동력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달 SK네트웍스의 직영 주유소 302곳을 코람코자산신탁과 인수했다.

이번 인수로 SK네트웍스가 소유하던 직영주유소와 임차주유소 총 302개를 현대오일뱅크가 운영하게 된다.

SK에너지는 전기차 배터리와 화학제품 등 신사업을 추진하며 위험을 분산시키는 사업구조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잦아들고 수요가 회복되면 유가 급락이 전화위복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2015~2016년에도 WTI가 배럴당 20~30달러대까지 떨어졌지만 정유사들은 에너지 수요가 늘며 사상 최고의 실적을 거둔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는 2분기 말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을 보이고 산유국간 감산 합의가 이뤄지면 수요와 공급 측면이 모두 개선되면서 정유사 실적이 하반기로 갈수록 개선될 것"이라며 "관건은 코로나19의 진정 여부다"라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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