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한국은행이 최근 시행한 국고채 단순매입에 연기금 등 엔드 유저(end-user)들이 상당 부분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안정을 목적으로 한 단순매입에 급격한 금리 변동과는 다소 무관한 장기 투자자들이 참여하면서 애초 정책의 목적이 퇴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보험과 기금은 지난 20일과 23일 2거래일간 국고01625-2206(19-3호)를 1천313억 원, 국고01875-2906(19-4)를 880억 원, 국고01250-2212(19-7호)는 800억 원 순매도했다.

세 종목 모두 한은이 지난 20일 시행한 1조5천억 원 규모의 단순매입에 포함된 종목이다. 통상 입찰 당일과 다음날의 순매매 패턴은 입찰 물량을 소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보험과 기금의 세 종목 순매도 규모를 합하면 2천993억 원으로 전체 단순매입의 20%에 달한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연기금 물량이 상당하다"며 "20일 당시 국채선물이 저평가라서 연기금이 국고채 단순매입 종목을 팔고 국채선물을 샀을 수 있고, 국고채 경과물을 매입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보험·기금의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비지표물인 국고 02625-2806(18-4)도 있어 시장참가자들의 설명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시장에서는 연기금의 단순매입 참여에 시장 안정화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1조5천억 원의 단순매입 물량만으로도 큰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연기금이 들어왔다면 그 효과는 더 줄어든다"고 말했다.

채권시장에서는 이미 국고채 단순매입의 규모와 범위에 대해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번 단순매입 1조5천억원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기축통화국의 국채 매입 규모는 물론 최근 양적완화에 돌입한 호주중앙은행(RBA) 국채 매입규모 90억 호주달러(6조7천억원)에 비해서도 훨씬 적은 규모다.

단순매입 대상 종목도 지표물 위주라는 비판이 나왔다. 지표물은 이미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비지표물 위주로 국고채 매입을 해야 경색된 시장을 풀어주는 효과가 크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현재 가장 취약한 종목이 비지표물"이라며 "당국이 채권시장안정펀드도 내놓았지만 시장 안정화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

jhha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13시 18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