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중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충격을 받은 정부와 기업의 채권 신용 등급을 잇달아 내리기 시작했다.

신용이 최고 등급인 일부 'AAA' 기업의 채권도 강등 대상이 됐으며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평가받던 투자적격등급 기업이 투기등급으로 떨어지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 등 신평사들이 이 같은 조치에 들어갔다며 등급 하향에 직면한 산업은 쇼핑몰과 호텔, 항공사, 위험 대출 기업, 지방 정부 등이라고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S&P는 지난 20일 뉴욕주(州) 북부의 대형 쇼핑몰 운영사 데스티니USA가 발행한 2억1천500만달러어치의 채권에 대해 'AAA' 등급을 'A'로 강등했다. 지방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해당 쇼핑몰의 일시 폐쇄를 명령한 데 따른 것이다.

S&P는 여러 종류의 쇼핑몰에 연결된 60종의 채권에 대해서도 신용 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WSJ은 "데스티니의 채권 신용 강등은 채권 투자자 사이에서 인기가 좋은 '싱글애셋·싱글바로워(SASB)' 채권에 대한 경계심을 자극했다"며 "지난주 신평사 피치는 SASB 구조의 호텔 채권을 모두 강등 검토 대상에 올렸다"고 전했다.

SASB는 여러 대출의 묶음 대신 하나의 대형 부동산이나 차입자로부터 나오는 모기지 지급액을 담보로 구성하는 방식이다. 통상 신용도가 매우 높은 대형 부동산 등이 담보로 활용된다.

S&P는 지금까지 코로나19와 관련해 100개 이상의 기업의 신용을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여기엔 제트블루에어웨이즈, 사우스웨스트항공, 스피릿항공 등 항공사들도 여럿 포함됐다.

투자적격등급에서 투기등급으로 떨어졌거나 투기등급에서 더 깊은 정크 등급으로 밀려난 기업들도 많다.

S&P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대규모로 투자한 위워크에 대해 현금 흐름 및 유동성 압박을 이유로 신용등급을 기존 'B-'에서 'CCC+'까지 내렸다. 'C' 등급은 상당한 위험이 수반된 신용 등급이다. 불과 두 단계 아래인 'CCC-'는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임박한 등급이다.

피치는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에 매긴 모든 신용 등급에 대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시행할 것이라며 이 중 일부는 하향 조정 대상에 놓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S&P도 에너지 업종에 익스포처(위험 노출)가 큰 15개의 CLO에 대해 적용한 25건의 신용 등급을 재평가하고 있다며 일부는 강등될 수 있다고 밝혔다.

특정 프로젝트에 연계된 지방채도 하향 조정 대상이다. S&P는 최근 텍사스주에서 진행된 학생 주택공급 프로젝트 관련 채권의 신용을 투자적격에서 투기로 내렸다.

무디스는 이 같은 연쇄 신용 강등에 대해 "여러 업종과 지역, 시장에 걸쳐 극심하고 광범위한 신용 충격이 발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S&P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금 여기에 있다"고 우려했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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