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노요빈 기자 = 정부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규모를 두 배로 늘리고 추가 유동성 지원책을 발표했지만, 채권 투자심리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내놓은 대책이 4월부터 실행되기 때문에 당장 분기 말 유동성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전일 채안펀드를 기존 10조원에서 2배 늘린 20조원으로 조성하기로 발표했다. 채안펀드에 기업어음(CP)도 포함해 단기자금시장 불안을 해소하기로 했다.

또 한국증권금융 대출 등을 활용해 증권사 유동성 지원을 확대하고, 은행의 증권사 콜 차입 한도를 한시적으로 늘린다.

◇ 채안펀드·자금지원 한다는데 크레디트 채권 금리는 급등

채권시장 안정 방안이 발표됐지만, 채권 금리는 오후 들어 금리 하락 폭이 오히려 축소됐다. 크레디트 채권 금리는 상승 흐름이 이어지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연합인포맥스 Spread 분석(화면번호 4748)에 따르면 전일 민평금리 기준 국고채 3년물과 'AA+' 카드채 사이 금리 스프레드 차는 4.5bp 확대한 51.1bp를 기록했다. 회사채 3년물 'AA-' 등급 스프레드도 1.8bp 상승한 55bp를 나타냈다.

시중은행의 한 채권 운용역은 "회사채 연내 만기는 -20원씩 싸게 나오고 만기가 1년 조금 넘는 은행채도 6~7bp 높게 나온다"며 "(전일) 오후에도 캐피탈채 1년은 35~40bp가량 벌어져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채안펀드 본격 가동 직후 크레딧 스프레드는 확대되다가 서서히 좁혀졌다.

채안펀드가 1차 운용을 시작한 2008년 12월 17일 민평금리 기준 국고채 대비 AA- 회사채 스프레드가 407bp를 기록했지만, 연말까지 431.7bp까지 벌어졌었다. 6개월 뒤에는 114bp로 축소됐다.

이태훈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008년 채안펀드 조성 시, 채권시장 금리 하향 안정화가 선행되었고 이후 신용 스프레드가 축소되었다"며 "국고채 금리 변동성이 먼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 분기 말이 관건이지만 대책은 4월부터…제도 허점에 효과 반감

분기 말을 일주일 앞두고 유동성 부족 우려가 큰 상황에서 대부분 대책이 4월부터 가동된다는 점은 정책 공백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채안펀드의 캐피탈 콜이 가동됐지만, 실제 채안펀드 가동은 4월 초부터다.

한은은 채안펀드 가동 발표에 앞서 RP 매입 대상 기관을 통안증권 거래기관과 국고채전문딜러(PD)로 확대했다. 대상 증권도 은행채와 일부 특수채로 범위를 넓혔다. 이 모든 조치는 4월부터 시행이다.

통상 분기 말에는 자금 수요 때문에 채권 매도가 많다. 정부의 대책이 분기 말 유동성 부족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는 셈이다.

한 증권사 채권 딜러는 "크레디트물 가격이 내려가 자금 여유가 있다면 수요가 붙을 수 있겠지만 분기 말까지는 가격 매력이 있어도 돈이 없어 사지 못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분기 말 유동성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증권금융 대출을 활용할 수 있게 물꼬를 텄다. 증권금융은 약 2조5천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다. 또, 증권사의 콜 차입 한도를 기존 15%에서 30%로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증권금융이 제공하는 대출 담보에는 증권사가 요청하는 CP 중 아주 우량한 일부만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은행의 콜 차입 한도 완화도 창구지도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분기 말 은행의 건전성 비율과 맞물려서 차입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증금이 예금담보 CP 정도까지만 담보로 넣을 수 있다고 알렸다"며 "이미 담보로 받을 수 있는 것들은 다 담보로 들어가 있어서 증금의 대출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다른 증권사 채권딜러는 "은행의 콜 차입 한도를 늘렸다고 콜 차입이 다 되는 건 아니다"며 "현재도 한도가 다 차지 않았지만, 은행이 분기 말을 앞두고 비율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콜 차입에 소극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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