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2008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대공황 때보다 훨씬 심각하게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닥터 둠(Dr. Doom)'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진단했다.

24일(현지시간) 루비니 교수는 프로젝트신디케이트 기고를 통해 "지금 나타나는 경기 위축이 V자나 U자, L자도 아닌 'I자형'에 가깝다. 이 수직선은 금융시장과 실물 경제가 추락하는 것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루비니는 과거 두차례 불황 때 주가는 50% 넘게 떨어졌고, 신용시장은 경색됐으며 대규모 파산이 이어진 데다 실업률은 10% 위쪽으로 치솟았으며 국내총생산(GDP)은 연율 10% 이상 위축됐다고 지적했다.

이는 거의 3년에 걸쳐 일어났으나 지금 위기에서는 비슷한 수준의 암울한 경제 및 금융시장 상황이 3주 안에 현실화했다고 경고했다.

그는 "달리 말하면 총수요, 즉 소비와 자본지출, 수출 등 모든 요소가 전례 없는 자유 낙하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루비니는 그러면서 과거 대공황 때나 2차 세계대전 때에도 지금의 중국이나 미국, 유럽 등처럼 경제활동이 말 그대로 중단된 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장 낙관적 시나리오'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경기 둔화는 심각하겠지만 단기적으로만 나타나 4분기에는 플러스 성장률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첫번째는 미국과 유럽, 그리고 다른 충격을 받은 국가들이 광범위한 코로나 19 테스트와 추적, 처방 조처를 마련하고, 강제적 격리와 중국이 했던 것처럼 전면적 봉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번째로는 통화정책 당국이 계속해서 할 수 있는 모든 비전통적 조처를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국 정부는 '헬리콥터 머니'를 통해 직접 가계에 현금을 살포하는 등 대규모 재정부양책을 펼쳐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코로나 19가 미칠 경제적 충격을 고려하면 선진국 정부는 GDP 대비 재정적자를 2~3% 수준에서 10% 부근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루비니는 지적했다.

또한 이런 적자 차입을 통한 개입은 반드시 화폐 발행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면서 국채를 발행해 적자를 조달하면 금리가 급등하고 결국 회복세가 질식할 수 있다고 그는 경고했다.

루비니는 다만 팬데믹(세계적 유행병)을 억제하는데 필요한 선진국의 공공보건 대응은 부족하다면서 현재 논의 중인 재정 부양 패키지가 충분히 크거나 빠르지 못해 시의적절한 회복을 위한 조건을 만들어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때문에 새로운 대공황, 기존의 것보다 더 심각한 '보다 큰 대공황(a Greater Depression)' 위험이 매일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팬데믹이 멈추지 않으면 글로벌 경제와 시장은 자유낙하를 계속할 것이며 "만약 팬데믹이 다소 통제되더라도 2020년 말까지 성장률이 다시 회복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루비니는 경고했다.

그는 "결국 그때가 되면 다른 바이러스 시즌이 새로운 변종과 함께 시작될 가능성이 매우 커질 것이다. 많은 이들이 의존해왔던 치료법은 기대했던 것보다 덜 효과적일 것이다. 결국 경제는 다시 위축되고 시장도 다시 추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smjeong@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14시 3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