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오진우 특파원 = 뉴욕 유가는 미국 정부와 의회가 2조달러 규모의 재정부양책에 합의한 데 힘입어 상승했다.

25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0.48달러(2.0%) 상승한 24.49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원유시장 참가자들은 미국 정부의 초대형 재정부양책과 주요 산유국간 증산 갈등 등을 주시했다.

미 정부가 의회가 2조 달러 규모의 초대형 재정 부양책에 합의하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다소 회복됐다.

뉴욕 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이틀 연속 큰 폭의 상승 흐름을 나타내는 중이다.

전일 1933년 이후 최대치인 11% 이상 폭등했던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이날도 장중 한때 1천300포인트 이상 올랐다.

미국 정부의 대규모 부양책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무제한 양적완화(QE) 등 전방위적인 정책 대응으로 극심했던 시장의 불안이 진정되기 시작했다는 낙관적인 전망도 고개를 들었다.

라니에리 게라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보가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확산이 이번 주 정점을 찍고 내리막 곡선을 그를 수 있다고 말한 점도 투자 심리를 지지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증산 '전쟁'에 대한 미국의 견제도 지속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폼페이오 장관이 사우디에 "주요 20개국(G20) 지도자 중 한 명으로, 중요한 에너지 리더로 전 세계가 심각한 경제 불확실성을 맞이할 때 나서서 세계 에너지 및 금융 시장을 안심시킬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사우디가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이라는 점을 이용해 사우디에 증산에 나서지 말 것을 압박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G20 정상은 다음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관련 화상회의를 할 예정이다. 미국은 이 회의를 유가 전쟁을 끝낼 필요성을 논의할 기회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사우디에 유가 전쟁으로 서구의 금융 시스템이 타격을 받으면, 사우디에도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할 예정이라고 저널은 덧붙였다.

유가는 다만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항공 운항의 급감과 각국의 이동제한 등으로 원유 수요 둔화에 대한 불안이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고, 세 번째로 큰 원유 수요국인 인도의 3주간 봉쇄령 등이 수요 둔화 우려를 더욱 키웠다.

미국의 원유 재고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 원유재고가 약 162만 배럴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 330만 배럴 증가보다는 덜 늘었지만, 9주 연속 증가세가 이어졌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은 이날 지역의 에너지 업체들이 극도로 비관적인 향후 경기 전망으로 자본지출과 고용 등을 대폭 줄이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원유시장 전문가들은 극심한 초과 공급 우려가 지속하면 유가의 반등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라이스태드 에너지 비요나르 톤하우겐 원유 시장 대표는 "원유 선물이 이날 심리적인 부양을 받았지만, 현실 시장 여건의 도전은 커지고 있다"면서 "초과 공급이 심해지면 숨을 곳이 없는 상황이 곧 야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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