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폭락장을 보는 마음은 쓰라렸죠. 코스닥지수 뿐 아니라 시장 전체가 그런 것이라 어찌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길재욱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 위원장은 26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서면인터뷰에서 코스닥활성화로 한때 930선을 웃돌았던 코스닥 지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무너진 것에 대한 씁쓸한 마음을 드러냈다.

코스닥시장위원장 2년의 임기를 마치는 그에게 코스닥시장은 막 모종을 키워 심어놓은 밭과 같았다. 임기를 시작할 때 '새로운 100년을 내다보는 코스닥시장'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던 그였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전세계로 번지면서 코스닥시장도 태풍을 피해가기는 어려웠다. 코스닥지수는 2011년 9월 이후 처음으로 420선을 밑돌며 9년 만의 저점을 형성했다.

길 위원장은 "코로나19는 글로벌 침체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 역시 일시적일 것"이라며 "기업은 기업대로, 투자자는 투자자대로 위기 관리능력을 잘 발휘해 일시적 풍파를 견뎌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길재욱 위원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주립대와 미네소타대학에서 석사와 박사를 마쳤다. 서울은행을 거쳐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조사심의위원, 한국증권학회 회장, 코스닥시장 공시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2018년 3월부터 2년간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1995년부터 한양대 경상대학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다음은 길재욱 코스닥시장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 증시가 폭락하면서 코스닥시장에도 충격이 컸다

▲폭락장을 보는 마음은 쓰라렸다. 코스닥지수 뿐 아니라 시장 전체가 그런 것이라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한편으로는 외국인이 코스피 순매도를 이어가는 동안 일별로 보면 코스닥은 순매수한 날들이 좀 있다. 그런 부분에 상세한 분석이 필요하다. 바이오 뿐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IT 등 코스닥을 대표하는 알짜기업들의 주가가 반토막이 났는데 한두달 지나서 개별기업 중 코스닥 괜찮은 기업은 외국인 지분이 늘었을 수 있다.



-코스닥시장위원장을 맡은 지 2년의 임기를 마치는 소감은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목표로 처음으로 독립적인 코스닥시장위원회를 시작한 게 2년이 지났다. 코스닥시장이 혁신 기업들의 상장을 대폭 확대하고 시장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나가기 위한 투자자본 조달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 그동안 상장 관련 제도 정비 및 코스닥 시장 조직 개편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마치 농부가 봄에 모종을 키우고, 씨를 뿌리고 난 기분. 시원하면서도 아쉽지만 앞으로 다가올 한여름의 햇볕과 풍파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해보려 한다.



-지난 2년간 시장에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시장에서 제가 만나본 코스닥 및 코넥스 그리고 상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기업인들의 열정과 노력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기술 개발과 글로벌 마켓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둘러싼 이들의 땀과 피를 바탕으로 우리 자본 시장이 투자자들과 함께 성장해나가고 나아가 우리 한국 경제가 굴러가고 있음을 뼈저리게 느꼈다. 이 시장에서 같이 활약하고 있는 IB업계 관계자들과 코스닥 시장본부 임직원들에 힘찬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코스닥활성화를 야심 차게 추진했지만 아쉬움이 클 것 같습니다

▲한 마디로 코스닥 활성화에 가장 좋은 방법은 코스닥 지수의 상승이다. 물론 코스닥 지수의 상승은 결국 코스닥 기업들의 성장에서 투자자들의 행동으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코스닥 지수 상승은 코스닥 활성화의 방법이자 그 결과다. 그런데 지난 2년간 국내외시장 환경과 여러 요인에 밀려 코스닥 지수는 많이 하락했다. 다시 한번 시장은 장기적으로 보되 펀더멘탈에 치중해야 한다는 기본을 강조하고 싶다.



-가장 힘들었던 일이 있다면

▲상장폐지로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대응에서 시장 관리자인 거래소의 역할에 대한 오해와 비난이 힘든 부분 중 하나였다. 특히 그동안 한국자본시장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제기돼 왔던 기업지배구조와 회계투명성의 획기적 개선을 위해 회계 관련 제도와 공시 부담이 커졌다. 그 모든 상장 유지 비용의 증가가 무차별적으로 코스닥 기업들에 전가되고 있다. 이런 격변기에는 시장관리 주체인 거래소의 코스닥 시장 전문성과 엄격한 집행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필요하다. 앞으로 우리 자본시장에서 바람직한 거래소의 역할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도 생겼다.



-임기내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사실 코스닥 시장의 차별적 의의는 미래가치에 기반을 둔 혁신 기술기업의 상장과 이들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투자자와 혁신 기업이 과실을 공유하는데 있다. 그런데 코스닥 시장에서는 뿌리 깊은 문제가 있다. 코스닥에서 성장해온 대형 혁신기술 기업들이 좀 커졌다 싶으면 유가증권 시장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과거를 보면 이런 기업의 움직임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다만 이제 시장의 판이 바뀌고 있다는 걸 우리 시장 관련 주체들도 자각해야 한다. 글로벌 해외 연기금 및 해외 기관 투자자들의 투자 행태를 우리 국내 연기금 및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그것과 비교해보면 답이 나온다. 지금 우리 자본시장에 중요한 것은 새로운 미래 지향형 기술 혁신 기업들의 진입과 성장 그리고 이들을 통한 미래 성장 동력의 확보가 아닐까. 우리 시장의 젊은 혁신 기업들과 투자자들에 기회의 장을 열어줘야 한다. 임기 내내 강조해온 부분이 바로 코스닥 시장의 글로벌화의 초석을 닦는 일이었다. 이는 코스닥 시장의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본다.



-코스닥시장에 대한 애정을 자주 보여주셨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변해가길 바라는지요

▲무엇보다 한국 경제에 필요한 젊은 기업이 자본시장과 함께 실패와 성공을 같이 공유하고 결국에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나가는 선순환을 갖춰나가길 바란다. 변화는 우리 국내 연기금 및 기관에서 나와야 한다. 이들의 중장기 투자 정책과 구체적인 자산배분, 리스크 관리, 성과 평가의 모든 과정에서 혁신 기업들의 장인 코스닥 시장 참여가 절실하다. 해외 연기금들을 보면 이미 우리보다 한발 앞서 한국 코스닥 시장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현재와 같은 국내 연기금 및 기관의 코스닥 시장에 대한 홀대는 우리 국가 경제에 두고두고 문제점으로 지적될 것으로 본다.



-코스닥시장이 꼭 넘어야 할 한계가 있다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해나가기 위한 기업들에 자본시장의 빗장을 열어줄 수 있는 코스닥 시장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에서 유니콘 기업들에 자금 조달을 해온 투자 주체가 누구였나. 작년에 우버와 리프트의 미국 주식 시장 상장과 위워크의 상장 실패 등, 해외 글로벌 시장에서의 유니콘 기업들의 기업공개시장은 이미 새로운 국면에 들어갔다. 이런 와중에 최근 국내 기술 혁신 기업들의 대표 기업이라 볼 수 있는 대형 기업들의 상장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대형 혁신 기업들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의 장단점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보며 코스닥 상장이 당연히 답일 텐데 왜 이런 논의들이 나오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갖고 있다.



-임기 만료 후 향후 계획이 있다면

▲전세계적으로 이미 기업지배구조와 ESG 투자가 더이상 부수적 이슈가 아니라 핵심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비록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이미 자본시장의 핵심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코스닥 기업에도 이 부분이 곧 닥쳐올 것은 자명한 일이다. 자본시장 연구자로서 이 부분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기업의 사명과 역할, 기업가 정신, 지배구조 문제, 환경, 사회적 책임, 그리고 투자자. 이들 한 복판에는 시장이 있다. 바람직한 시장이란 어떤 모습일까? 영원한 연구 주제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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