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26일 서울채권시장은 분기 말을 앞두고 환매에 대응하기 위한 단기물 매도가 얼마나 더 이어질지에 관심을 가질 전망이다.

미국 의회가 2조 달러의 부양책 합의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에 주가와 채권 금리가 혼조세를 보이면서 한국 금융시장 역시 장중 글로벌 흐름에 연동될 것으로 보인다.

확실한 건, 미국의 부양책 발표에 미 달러 가치가 하락했다는 것이다. 달러-원이 하락할 경우 위험자산 가격 반등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질 가능성이 더 크다.

전일 미국 국채금리는 혼조세를 보였다. 10년물은 1.34bp 오른 0.8617%, 2년물은 5.36bp 하락한 0.3360%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의회가 합의 예정인 2조 달러 부양책은 당초 거론되던 1조달러의 두 배에 달한다. 대기업 구제 금융과 중소기업 지원, 개인 현금 지급, 의료 지원 등이 폭넓게 들어가 있다. 항공 등 위기 산업에는 현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벤 버냉키 전 의장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가파른 경기 침체가 발생하겠지만 빠른 반등이 뒤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위기가 대공황이라기보다는 자연재해에 가깝다고 말했다.

서울채권시장은 분기 말 자금 사정에 주목할 전망이다. 특히 자산운용사의 머니마켓펀드(MMF) 자금 이탈과 이에 따른 단기물 흐름이 투자심리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평소에도 분기 말에는 자금 수요에 따른 환매가 나온다. 하지만 이번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신용경색 우려가 커지면서 자금 수요가 급증했다.

정부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조성에 나섰지만, 단기물을 안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크레디트 채권을 중심으로 매도가 이어졌다. 1년 만기 AA+ 등급 카드채의 민간평가사 금리는 전일 8.7bp 급등했다. 동일 만기 AAA등급 은행채는 4.4bp 오른 것으로 고시됐다.

금리가 민평에도 높게 반영됐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더 높은 수준에 거래가 됐다. 카드채는 장중 40bp 높은 수준에 거래되기도 했고, 은행채도 10bp 오른 수준에 호가가 나오기도 했다.

채권시장은 일부 정부 기관의 MMF 환매에 단기물 매도가 쏟아졌다고 말했다. 그렇지않아도 매도가 많은 시기에 정부의 환매까지 더해지면서 단기물 속앓이는 더 거세진 셈이다.

분기 말까지는 4거래일 남았다. 분기 말은 4일 후면 지나가고, 새로운 분기가 시작되면 자금이 유입될 것이다. 4월부터는 채안펀드 가동 등 채권시장에 호재도 많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4일이라는 시간이 약이 될지, 독이 될지를 판단하기가 어렵다. 크레디트 채권 가격이 상당히 싸졌음에도 매수가 자신 있게 들어오지 못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채권 가격이 싸졌지만, 채권을 살만한 자금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도 안타까운 일이다. 자금이 넘칠 때는 살 수 있는 채권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지만, 순식간에 말라버린 유동성은 투자자의 생각과 행동을 불일치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때 채권을 샀어야 했다는 후회만 남을 뿐이다.

이날 정부는 장 마감 후 4월 국고채발행계획을 내놓는다. 정부는 분기 말임에도 예정대로 다음 주 국고채 3년, 30년물 입찰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국고채 30년물이야 장기투자기관의 수요가 있다고 해도 국고채 3년물은 단기물 매도와 더해지면서 입찰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채권시장은 이를 선반영할 수 있다.

외국인은 전일 3년. 10년 국채선물을 모두 순매수했다. 현물시장에서도 재정증권과 통안증권을 중심으로 8천억원 가까운 매수를 보였다. 국채선물을 대거 팔아치웠던 외국인이 매도를 줄이고 매수로 돌아선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이날 한은은 비통방 금융통화위원회를 연다. 기준금리 결정은 없지만, 한은이 할 수 있는 행동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나올 예정이다. 지난번 언급됐던 환매조건부채권(RP) 대상기관 확대 및 대상 채권 선정 등도 이 자리에서 논의된다.

전일 뉴욕 차액결제 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은 1,223.20원에 최종 호가했다. 1개월물 스와프 포인트(-2.80원)를 고려하면 전 거래일 서울 외환시장 현물환 종가(1,229.90원)대비 3.90원 내렸다. (금융시장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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