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의 대정부 일시대출 카드도 거론



(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한국은행이 대규모 양적완화(QE)에 나서 국고채 금리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채권시장의 요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공사채와 은행채, 회사채 등 다른 모든 채권이 국고채 금리를 기준으로 금리를 형성하기 때문에 국고채의 안정이 금융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26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최근 채권시장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에 금리의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됐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통화 완화정책, 국내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시장의 불안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국고채와 공사채, 은행채, 카드채, 회사채 등의 금리는 비슷한 궤적을 그리면서 출렁였다.





<국고채 금리(빨강)와 격차를 두고 금리를 형성한 공사채, 은행채, 회사채, 카드채 금리(낮은 금리순). 3년물 기준>

정부는 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20조 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조성하기로 했고, 이 펀드를 통해 CP와 회사채 매입도 하기로 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근본적으로 한은이 양적완화를 통해 국고채 금리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채권시장의 모든 금리가 정부가 발행한 채권인 국고채 금리를 기준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금리 목표제나 무제한의 채권 매입에 나서면서 국고채 금리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크레디트 채권은 국채에 스프레드를 더해서 움직인다"며 "시장금리의 기준인 국채 시장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크레디트 시장(상황)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도 채안펀드와 별도로 지난 20일 1조5천억 원 규모의 국고채 단순매입을 시행했지만 시장에서는 매입 규모가 충분치 않았다고 지적했다.

금융시장의 한 관계자는 "현재처럼 단순매입이 아니라 과감한 대규모 양적완화를 해야한다"며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지적한 것이 이런 맥락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걸 한국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한은의 유동성 지원에 감사하다면서도 "한은의 문제의식이 안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쓴소리를 한 바 있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한은이 대규모 양적완화를 할 경우 환율 안정성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한은이 양적완화에 나서기를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정부와 한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수준의 정책 대응으로는 국고채 시장의 불안정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지난 24일 100조 원에 달하는 민생·금융안정 패키지를 들고 나왔다. 이 가운데 한은이 절반가량의 자금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자금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국고채 발행 물량의 증가를 피하기는 어렵다. 국고채 발행 물량 증가는 금리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까지 확대될 경우 채권 발행 증가로 인해 금리가 상승하면서 구축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이를 감안할때 한은은 추가적인 금리 정책을 펼치거나 '한국판 양적완화' 도입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국채 매입이 부담스럽다면 한은이 선택할 수 있는 다른 카드도 있다. 정부에 대한 한은의 대출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매년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대출할 수 있는 금액의 한도를 설정한다. 올해 설정 한도는 40조 원이다.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는 대신 이 자금을 사용한다면 재정 확대에 따른 국고채 발행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은은 금융위기 극복 와중인 지난 2009년 정부의 통합계정과 공공자금관리기금에 각각 17조 원과 4조8천억 원을 대출한 바 있다.

한은은 이듬해인 2010년에도 양 계정에 각각 44조 원과 1조4천억 원을 대출했다.

jhha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08시 48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