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정부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조성 규모를 두 배로 늘렸다. 자금 사정이 어려운 금융기관에서는 구축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출자 금융기관의 자금 여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펀드 자금을 갹출해간다면 보유채권을 팔아 재원 조달에 나서야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지원하는 출자 재원 규모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한은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처럼 채안펀드 조성액의 절반을 금융기관에 정책 지원한다면 구축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유동성 가뭄이 심각한 만큼 한은이 채안펀드 지원 이외에도 공개시장운영 등을 통해 추가로 유동성 공급에 나서야 한다는 요청도 있었다.

26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정부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채안펀드를 기존에 10조 원 이상 규모에서 2배인 20조 원으로 늘려 조성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 중에서 한은이 채안펀드 조성과 관련해 10조 원 규모의 정책 지원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한은이 금융기관에 신규 자금을 공급해줄 때 유동성 개선 측면에서 정책의 실효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번 정부가 발표한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에 따르면 한은은 절반 수준에 대해 유동성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제2차 비상경제회의 개최,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 11페이지>

김명실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만약 금융권이 20조 원을 다 떠안게 된다면 보유채권을 팔아서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사게 된다"며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으로 실질적으로 유동성 제고 효과가 없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은은 채안펀드 기금을 내는 금융기관에 유동성을 제공해 출자 부담을 덜어준 전례가 있다.

지난 2008년 채안펀드 조성 발표가 나온 이후에도 금융기관이 펀드 기금을 조성하기 위해 국채를 매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구축 효과가 채권시장 악재로 작용한 바 있다.

당시 한은이 전체 10조 원에서 절반인 5조 원까지 유동성 지원 계획을 밝히고 나서 시장은 안정을 되찾았다.

펀드 조성 규모액이 이전과 비교해 늘었지만, 그만큼 본원통화가 늘어난 점에서 채권시장이 구축 효과를 감당할 수 있을 거란 분석도 있었다.

김 연구원은 "지난 2008년과 비교해 현재 본원통화 규모가 두 배 넘게 늘어났기에 20조 원 규모는 시장이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본원통화는 말잔 기준 2008년 12월 64조8천억 원에서 2020년 1월 190조9천억 원으로 2.94배가량 증가했다.

이에 한은 관계자는 "아직 채안펀드 등 세부 사업별로 한은의 구체적인 지원 규모가 정해진 바 없다"며 "조만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안펀드에 참여하는 84개 금융회사 가운데 은행권을 제외한 기관에서는 재원 부담이 존재한다는 반응도 나왔다. 그러면서 한은과 정책당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유동성 관리에 나서야 구축 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시중은행의 한 채권 운용역은 "구축 효과가 있다"며 "은행권의 자금 상황은 나쁘지 않은 것 같지만 다른 기관에서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은이 직매에 나서는 등 계속 자금을 공급하는 가운데 (펀드 운용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며 "분기말 자금 압박이 큰 상황에서 캐피탈 콜 3조 원에 재정증권 2조 발행 등 유동성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아쉬운 모습"이라고 말했다.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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