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의 변동폭이 확대되면서 원화가 핑퐁처럼 오버슈팅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극도의 변동성 속에 포지션플레이가 사라지자 호가대가 얇아지면서 소규모 물량 커버에도 가격이 크게 움직이는 등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26일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2116)에 따르면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직전인 지난 19일부터 전일까지 원화는 미국 달러 대비 무려 4.54% 절상됐다.

원화와 함께 대표적인 아시아 통화이자 위험 통화로 분류되는 위안화는 같은 기간 0.48% 절상됐고 호주 달러는 3.78% 절상된 데 비해 급격한 강세다.

대만 달러와 필리핀 페소는 각각 달러 대비 0.56%, 0.82% 절상됐다.

주요 신흥국 통화인 러시아 루블화도 미 달러 대비 1.25% 절상됐고 브라질 헤알화는 1.18% 절상됐다.

같은 기간 엔화와 유로화는 각각 1.80% 절상됐고 안전통화인 엔화는 0.43% 절하됐다.







지난 19일 극도의 위험자산 회피 직후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에 이어 정부와 한국은행의 외환 규제 완화, 또 미국의 2조 규모 경기부양 패키지 등 역대급 부양책이 쏟아져 나오면서 시장이 패닉 장세를 벗어나면서 달러 강세가 되돌려졌으나 특히 원화의 변동폭은 두드러진다.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이 달초부터 달러-원 환율 변동성에 대한 피로도가 어마어마하다며 장중 호가대가 크게 비고 있어 심리 안정에 대한 되돌림도 급격하다고 입을 모은다.

포지션플레이를 통해 가격을 형성해주는 '마켓메이커'들이 사라지면서 가격대가 벌어지는 현상은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

이 달 들어 달러-원 환율 변동폭은 일평균 약 15.40원으로 지난 19일에는 49.90원까지 벌어진 바 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30일 43.50원(3.13%) 급등한 이후 10년만에 나타낸 변동폭이었다.

한 외국계은행 외환딜러는 "각국의 부양 조치로 달러 유동성이 좋아지긴 했으나 호주 달러나 위안화 움직임을 보더라도 원화가 오버슈팅을 나타내고 있다"며 "달러-위안(CNH) 환율도 여전히 7위안대인데 달러-원 환율만 하루에 두 자릿수씩 움직이고 있는 것은 호가대가 워낙 얇고 손절도 빨리 나오면서 가격 형성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호가대 위아래가 너무 넓어지면서 장중 소액 커버도 힘든 상황"이라며 "방향이 하루 걸러 하루씩 다르다 보니 현재 차트가 '헤드 앤 숄더' 식으로 나오다가 다시 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시중은행 외환딜러도 "인터뱅크들끼리 포지션플레이를 하지 않고 실수요만 주문받아서 처리하니 큰 물량 나오면 한 쪽으로 우르르 몰리고 호가대가 50전씩 벌어지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한 가격에 100∼200만 달러씩밖에 물량이 없어 평소보다 5분의 1 정도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딜러는 "그간 달러화가 '묻지마 강세'로 흐르다 외화 LCR 규제 완화, 선물환 한도를 늘리는 등 사실상 양적완화로 가면서 시장이 연명하고 있다"면서도 "아직까지 심리 회복은 이르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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