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은행주가 연일 하락하면서 1997년 외환위기 당시보다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 수준으로 떨어졌다. 개인투자자들은 앞다퉈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매도포지션으로 돌아선 상황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주 PBR은 0.19배를 기록했다. 은행지주가 포함된 금융업 PBR은 0.32배다.

현재 은행주 PBR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IMF 사태 때 기록한 0.37배, 0.28배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PBR이 1배 밑으로 떨어졌다는 건 시가총액이 장부상 순자산가치(청산가치)에도 못 미칠 정도로 저평가돼 있다는 뜻이다.

사상 첫 제로금리 시대로 진입하며 순이자마진(NIM) 하방압력이 거세지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실물경제 충격이 금융시스템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겹치면서 은행주가 연일 급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2개월간 업종주가 급락은 코로나 사태 이후 경기 위축에 따른 신용위험 확산 우려를 반영 중"이라며 "일부 은행지주의 경우 코로나19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기업들의 전체 부실과 자영업대출의 40~50% 부실을 가정한 합산 손실 규모가 시가총액 하락분과 유사한 규모를 보인다"고 평가했다.

은행주가 과도한 저평가를 보이자 개인들은 은행주 줍기에 나섰다. 앞선 금융위기를 경험하며 위기가 기회라는 점을 학습한 개인투자자들이 우량주들을 투자 바구니에 담고 있는데, 은행주도 그 대상에 포함됐다.

연합인포맥스 투자자별 매매추이(화면번호 3331)에 따르면 이번달 들어 개인 투자자는 신한·KB·하나·우리금융지주 주식을 3천946억7천400만원어치 순매수했다. 지난 1월 개인 투자자들이 순매수한 규모인 1천811억5천100만원의 두 배에 달한다.

반면 한국 시장을 빠져나가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은행주 역시 매도 포지션으로 돌아섰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개인들과 비슷한 수준인 1천5억1천만원 규모의 순매수를 보였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3월 들어 3천258억8천400만원을 팔아치웠다.

증권가에서는 저렴하다는 이유로 PBR이 너무 낮은 종목을 매수하는 전략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PBR 0.5배 미만인 기업들은 저점을 탈출한 뒤에 PBR대가 두 단계 이상 뛰어넘는 경우가 가장 적었다"며 "위기가 지나가면 가장 먼저 재평가받는 기업은 위기 순간에도 청산가치의 최소 절반이라는 마지노선을 지켜냈던 주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위기 때 PBR이 0.5배를 돈 종목의 44%는 반등장에서도 0.5배 미만을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0.5배~1배 이상을 유지한 종목은 70%가량이 PBR대가 오른 모습을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은행주가 반등하려면 유가와 환율 등 대내외적 지표 개선이 필수라는 분석이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은행들은 직접적으로 유가에 노출된 익스포저는 거의 없지만 글로벌 은행주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며 "환율은 외화 유동성과 금융시스템 안정성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환율만 안정화되더라도 은행주 가치평가가 더욱 객관적으로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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