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관광객을 실어 나르던 하늘길이 막히면서 면세점은 직격탄을 맞았다.

두 달째 개점휴업 상태인 국내 면세점들의 상황은 최악이다.

매출 급감에 아예 문을 닫거나 어렵게 따낸 사업권까지 반납하는 등 극단의 조처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무급·유급 휴직을 통해 고통을 감내하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본격적인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도 커진다.

26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중소·중견 면세점 사업자인 SM면세점은 전일 이사회를 열고 서울 시내 면세점의 특허권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운영 기한은 오는 9월 30일이지만 실제 영업종료일은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SM면세점은 코로나19로 사업 환경이 더욱 악화한 데다 최근 정부의 임대료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돼 더는 시내 면세점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SM면세점은 인천공항 내 면세점만 운영하게 됐다.

SM면세점은 이달 초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 신규 사업자 입찰에 참여했다 정부의 임대료 지원에서 중견기업이라는 이유로 제외되자 막판 입찰을 포기하기도 했다.

중소·중견 면세점의 사업권 중도 반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4월 한화갤러리아가 면세 사업권을 포기했고, 10월에는 두산이 두타면세점으로 운영하던 면세점 사업을 접었다. 탑시티면세점도 12월 신촌점 면세점 특허 반납을 신고했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며 대기업들이 뛰어들었던 면세업은 최근 업체 간 출혈 경쟁 심화와 이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업체들의 이탈이 이어졌다.

지난달 코로나19 확산이 가속하면서 롯데·신라·신세계 '빅3'도 무너지고 있다.

확진자가 다녀간 점포를 2~3일씩 문 닫는 것은 일상이 되어버렸다.

국내외 관광객이 줄면서 매출이 80~90% 가까이 고꾸라지자 임시휴업하거나 아예 휴업을 결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12일부터 김포공항에 대해 무기한 휴점에 들어갔고, 김해공항점도 지난 22일부터 오는 31일까지 문을 닫는다.

신라면세점은 오는 21일부터 28일까지 일주일간 김포공항점 영업을 중단했는데, 29일 영업 재개 여부도 미정이다.

코로나19 전 세계 확산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 이용객이 급감하면서 해외지점도 휴점이 불가피해졌다.

롯데면세점은 이날부터 해외 13개 지점 가운데 베트남 다낭공항·나트랑깜란공항·하노이공항과 호주 캔버라공항·다윈공항, 괌, 일본 시내면세점 등 7곳 문을 닫기로 했다.

신라면세점도 일본 도쿄에 있는 타카시마야면세점과 태국 푸켓 시내면세점을 임시 휴점했고, 싱가포르 창이공항도 영업시간을 단축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단축 영업을 시행한 데 이어 당분간 서울 명동점과 강남점을 월 1회 휴점하고 있다.

면세점들은 영업 정상화 시기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영업장이 사실상 셧다운 되면서 매출이 급감했지만, 거액의 임대료는 꼬박꼬박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2일까지 인천공항 이용객은 50만4천44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7.2% 감소했다.

시장에서는 면세점 업계의 3월 인천공항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0%가량 떨어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상반기 내내 이어진다면 중소·중견 기업뿐 아니라 대기업들도 줄폐업 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유통업이 고용 창출 효과가 큰 대표적인 업종으로 꼽히는 만큼 코로나19로 일자리 감소가 조만간 현실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미 면세점들은 재택·주4일 근무, 유급휴가 등 선택적 근로제를 확대했고, 입점 업체들도 무급 휴직을 독려하고 나섰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 사태가 중국과 한국의 국지적 문제였다면 실적 회복 시기는 5월 정도 가능성이 높았지만, 글로벌 문제가 되면서 계산이 복잡해졌다"면서 "실적 부진 폭을 예상보다 빨리 줄일 수 있으나 매출 증가 전환 시기는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4시 22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